암사역 칼부림, 시민들 가게 문 닫고 범인과 대치…피해 클 뻔

입력 2019-01-14 15:37 수정 2019-01-14 16:01


흉기에 찔린 남성이 환하게 불을 밝힌 대로변 매장 앞으로 쓰러진다. 흉기를 휘두른 또 다른 남성이 쓰러진 이 남성을 향해 다시 폭력을 가하려고 한다. 매장 안에서 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은 두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잡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7시쯤 지하철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 앞 도로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 현장의 모습이다. 당시 현장 목격자가 촬영한 이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인터넷에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게 안에 있다가 문을 닫고 대치한 시민들이 적절한 대처를 했다는 반응과 피해자를 앞두고 방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전문가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시민의 역할을 한 것이기에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남자들이 흉기를 들고 싸우는 상황이라 시민들의 공포심이 상당했을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섣불리 개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우선 시민의 역할을 다 했다. 폭력을 중재하는 건 경찰의 역할이기에 목격자들에게 책임 소재를 묻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3일 암사역 3번 출구 앞 도로에서 흉기로 친구를 찌른 혐의(특수상해)로 한모(19)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영상을 보면 한군과 친구인 박모(18)군이 다투는 장면부터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의 대치 상황까지 담겨 있다. 한군이 싸움 도중 칼을 꺼내 들고 박군을 위협하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둘 사이를 말리려는 모습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한군의 칼에 맞은 박군이 주변 화장품 가게 앞으로 쓰러졌다. 가게 안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매장 현관문을 닫고 한 군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흉기를 휘두르는 한 군을 피해 근처 가게 앞에 쓰러져 있는 박 군. 가게 안에서는 놀란 시민들이 문을 막고 서있다. 문 앞에는 한 군을 말리려는 시민들이 함께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중에는 연락을 받고 온 한 군의 어머니도 현장에 도착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목격자가 올린 현장 영상 캡처)

이 장면이 영상을 통해 함께 퍼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당연한 대처”라는 반응과 “이기적인 행동이었다”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한군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고 있는 만큼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매장 문을 닫는 게 맞다”는 의견과 “문 앞까지 흉기를 피해 온 박군을 적극적으로 보호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또 테이저 건(전기충격기)을 사용했음에도 한군을 제압하지 못한 경찰의 대응을 두고 적극적인 진압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허벅지 부위에 흉기를 맞은 박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군을 상대로 박군에게 칼을 휘두르게 된 경위 등을 놓고 조사 중이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