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무득점 10실점… 무너진 북한 ‘빨치산 축구’

입력 2019-01-14 16:00
북한 공격수 한광성이 지난 8일(현지시간)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와의 E조 1경기에서 상대 공격수 하탄 바브리에게 걸려 넘어지고 있다. AP뉴시스

‘빨치산 축구’는 북한 대표팀의 플레이 스타일을 가장 잘 설명하는 전술이다. ‘빨치산’은 당원·동지·당파 등을 뜻하는 프랑스 발음 ‘빠르티장’(partisan)에서 유래된 말. 비정규부대, 게릴라를 뜻한다. 전력상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게릴라전이 유용하다. 북한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이런 공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북한은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약체 중 하나로 꼽혔다. 참가국을 24개로 확장한 덕에 오랜만에 본선에 올라왔지만, 변화한 세계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당한 0대 4 대패가 시작이었다. 한 단계 높은 벽을 실감한 북한은 에이스 한광성이 퇴장으로 결장한 카타르전에서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오는 17일 레바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지만 16강 진출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북한은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셰이크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카타르에 0대 6으로 대패했다. 전·후반에 각각 세 골씩 얻어맞았다. 이번 대회 출전국을 통틀어 최다 점수 차이로 패배했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완패였다. 북한 수비수들은 맥락 없이 상대 공격수들에게 끌려다녔고, 수비구성에서 조직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90분 동안 단 1개의 유효 슛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해보지 못했다.

두 경기 합계 10골을 내주는 동안 단 한 골도 득점하지 못했다. 북한은 이미 대회 직전 치른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4골을 내주며 험로를 예고한 바 있다. 최근 3경기 A매치를 통해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14골을 내준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알려졌다. 은근한 축구광이라는 얘기다. 성장기를 스위스 베른에서 보낸 김 위원장은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인기가 많은 종목인 축구를 접할 기회가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다수의 유망주를 선발해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축구아카데미로 유학을 보냈고, 2013년 평양 시내에 국제축구학교를 열어 선수들을 양성해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컵 성적은 투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불길한 서막을 알렸던 사우디아라비아전이 열린 날은 김 위원장의 생일(1월 8일)이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