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 감독 ‘성희롱’으로 기소…“억울하다” 주장

입력 2019-01-14 15:13 수정 2019-01-14 15:39
영화'산주'의 히라니 감독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인도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 중 한 명인 라즈쿠마르 히라니가 성 추문에 휩싸였다.

14일(현지시간) 인도 경제지인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영화 ‘세 얼간이’의 감독인 히라니가 영화 ‘산주(Sanju)’를 촬영하면서 여성 조감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재 히라니 감독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사 아난드 데사이는 “이는 모두 허위 사실이며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인도 언론 허프포스트 인디아도 피해자인 여성 조감독이 산주의 공동제작자인 비두 비노드 쇼프라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는 메일에서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이상 영화 산주의 후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히라니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히라니 감독이 지난해 4월 9일에 자신에게 본인의 성적 취향을 이야기했고 이후 회사에서 강제로 폭행했다고 적었다.

그녀는 이메일에서 “이런 상황이 정말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이 권력 구조에선 히라니 감독은 절대 권력이고 나는 그저 조수일 뿐”이라며 “나는 절대 거절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한 “6개월 동안 나의 심신은 너무 괴로웠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히라니 감독을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따랐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메일을 통해 해명했다. 허프포스트 인디아는 “나는 그를 정중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상황을 참을 수 없었지만 내 직업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며 그녀의 이메일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내가 중간에 그만둔다면 이 업계에서 또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히라니 감독의 명성이 대단하기 때문에 그가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말한다면 나의 미래만 위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메일을 받은 쇼프라 제작사는 경찰에 히라니 감독을 고발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 히라니 감독은 해당 제작사에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영화는 히라니 감독의 이름이 작품에서 삭제된 채 개봉됐다.

영화의 예고편에 제작사와 히라니 감독의 이름이 같이 들어가 있다. [출처=허프포스트인디아]

사건 후, 영화 개봉 후에는 히라니 감독의 이름이 제외되었다.[출처=허프포스트인디아]

이에 두 달여간 침묵하던 히라니 감독도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히라니 감독은 “이 같은 의혹에 굉장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녀의 모든 주장들은 나의 명성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로 퍼지고 있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주장했다.

히라니 감독은 영화 ‘문나 형님, 의대에 가다’(2003)로 감독직에 데뷔했다. 이후 연출한 ‘세 얼간이’는 인도 역대 영화 중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함과 동시에 전 세계 수익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출한 '산주'는 전 세계적으로 8300만 달러(한화 약 928억 3550만 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김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