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18년을 ‘억압적이고 성 차별적인 정책에 맞서 더욱 활발해진 여성 인권 운동의 해’라고 정의했다. 이 단체에서 진행하는 여성 인권 옹호자를 위한 ‘편지쓰기 캠페인(Write for Rights)’ 참여 역시 크게 증가했다.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달부터 시작한 편지쓰기 캠페인에 현재까지 편지 약 1만5000통이 모였다고 14일 밝혔다. 종료일인 31일까지 약 2만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는 지난 캠페인보다 약 1만5000건 증가한 것이다.
편지쓰기 캠페인은 앰네스티가 2006년부터 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기념해 두 달 동안 시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탄원 캠페인이다. 이번 캠페인에는 여성 인권 옹호자 5인을 탄원 대상자로 선정했다.
탄원 대상자 5인은 ▲인권을 지키다 총에 맞아 숨진 마리엘 프랑코(브라질) ▲빈곤층 청년들을 교육하다 구속된 헤랄디네 차콘(베네수엘라) ▲채광 기업에 집을 빼앗긴 노늘레 음부투마(남아프리카공화국) ▲사형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간 아테나 다에미(이란) ▲혐오에 맞서다 폭력을 당한 비탈리나 코발(우크라이나) 등이다.
탄원 편지를 작성한 뒤 참가자의 얼굴과 탄원 대상자의 얼굴을 합쳐 연대 포스터를 만들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세계 인권 현황 보고서인 ‘오늘날의 인권(Right Today)’를 발표하고 2018년은 ‘억압적이고 성 차별적인 정책에 맞서 더욱 활발해진 여성 인권 운동의 해’라고 발표했다. 캠페인 참여 증가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와 남아프리카에서는 고질적인 성폭력에 항의하며 수천 명이 시위를 벌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서는 여성 운전 금지 조치와 히잡 강제 착용에 저항하는 운동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폴란드에서는 낙태금지법 폐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여성 혐오와 여성 학대를 멈출 것을 요구하며 미투(Me Too) 운동으로 촉발된 거리 행진에 여성 수백만 명이 참여했다.
아울러 국제앰네스티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채택 4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 운동이 더 큰 바람을 일으키며 역사적으로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했다. CEDAW는 1979년 제34차 UN 총회가 채택한 여성차별철폐에 관한 조약을 말한다.
이경은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여성 인권은 지난해 전 세계 인권 운동 중 최고 화두였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지금도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 인권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한 명, 한 명의 참여가 매우 소중한 때”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