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구의 정치탐구] 청와대 공보기능 개편…시험대 오른 김의겸·고민정

입력 2019-01-14 11:00 수정 2019-01-14 14:48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들의 모습. 뉴시스

청와대가 2기 참모진 인선을 계기로 공보 시스템 개편에 착수했다. 눈에 띄는 점은 후발주자로 합류한 김의겸 대변인과 그동안 김정숙 여사를 전담하다시피 했던 고민정 부대변인의 전진배치다. 청와대는 기성언론 창구를 대변인단으로 단일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1/n로 분담했던 공보 창구를 전담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변인 업무 개편 배경은
청와대는 그동안 국정홍보 기능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보수정권 9년 반은 긴 시간이다. 청와대의 국정 철학에 맞춰 각 부처를 움직이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청와대는 각 부처의 정책 및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왔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설기획비서관, 각 부처 홍보기능을 통합·관리하기 위한 국정홍보비서관을 신설했다. 윤도한 신임 국민소통수석 역시 국정홍보기능 및 디지털소통센터 강화에 무게 중심을 둘 예정이다.

다소 혼선을 빚었던 공보시스템을 단일화하겠다는 뜻도 포함돼있다. 그동안 청와대발(發) 기사들이 정제되지 않은 부분이 없진 않았다. 북핵 외교와 어려운 경제 상황 등 한꺼번에 많은 이슈가 터져나오다보니 대변인단이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청와대가 2기 모토로 미는 ‘원팀’ 체제를 위해서도 대변인단을 통해 단일한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파돼야한다는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했고, 한 차례 대변인이 교체되면서 소통수석실 업무가 자리잡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린 면이 있다”며 “2기 체제를 맞아 국정홍보를 강화하고, 단일화된 메시지 전달을 위한 공보 기능 재편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펜·사진·영상기자를 합해 300여명에 달한다. 통상 오전 5시 전후부터 시작되는 기자들의 전화를 대변인이 홀로 소화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게다가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모든 일정에 대부분 배석해 언론을 응대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의 뜻과 다른 대변인 브리핑이 잦았던 점을 반면교사삼은 것이다.

결국 김 대변인은 오전 6시 브리핑을 신설했다가 다시 일과 중 정례브리핑으로 전환했다. 또 대변인실이 주관하는 기자단 단톡방(단체카톡방)도 만들었다. 정례브리핑과 단톡방 브리핑을 통해 공보 내실화를 꾀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하지만
핵심은 대변인이 공개하는 정보의 질이다. 문재인정부는 외교안보와 경제 정책에서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다. 그동안의 정책 문법이 설득력을 잃었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헛다리’를 짚는 경우가 많았다.

국익과 보안차원에서 핵심적인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더라도 대변인은 배경과 전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언론이 정부 핵심 정책을 잘못 이해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각 부처에서 운용하고 있는 정례브리핑은 대표성을 갖는 공식 브리핑이다보니 내밀한 얘기를 언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대변인이 자주 “내게 정보가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답변하는 것도 이같은 사정을 담고 있다. 빈 자리는 윤영찬 전 소통수석이 담당해왔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문제에 대응했다. 박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은 하지 않았지만, 현안이 있을 때마다 춘추관을 찾아 비공식 스탠딩 브리핑을 했다. 마찬가지로 여러 현안에 언급하다보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나올 때도 있었다. 청와대는 결국 언론에 대해서는 일원화된 공식 대응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윤도한 수석은 “전화는 잘 받겠지만 현안은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의 브리핑 모습. 뉴시스

결국
관건은 대변인이 여러 현안과 보도에 대응을 위한 사실확인 권한을 가지고 있느냐로 귀결된다. 언론이 방향을 잃지 않아야 정부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왜곡 보도나 사실과 다른 비판 보도 대응하고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대변인의 정무·보도감각이 관건이 될 것이다. 김 대변인이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고 부대변인이 얼마나 보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1기 참모진에서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사실상 부대변인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송별 오찬에서 “역대 최고의 춘추관장”이라고 치켜 올린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과정 속에서 대변인단의 물리적 한계를 권 관장 개인기로 메웠기 때문이다. 박 전 대변인과 권 전 관장은 각각 민주당에서 원내대변인과 공보실장을 맡았던 인물들이다.

김 대변인은 공보에 매진하기에는 일정이 너무 많다. 윤 수석은 “현안을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송화 춘추관장은 민주당 부대변인 경력이 있지만 “앞으로 현안 대응은 대변인단에게 맡기겠다”며 손을 뗐다. 고 부대변인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올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비롯해 한반도 역사상 전례없는 대형 이벤트들이 예고돼있다. 성장과 분배 사이 위태로운 줄타기에 나선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정부의 시그니처 정책들은 집권 3년차를 맞아 총력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이 첫 현안점검회의에서 경제 정책에 방점을 찍을 정도로 청와대는 고강도 경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이런 시점에서 벌어지는 청와대의 공보업무 개편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큰 편이다. 단톡방의 개수나 브리핑의 수가 아니라 대변인이 공개하는 정보의 질이 문제다. 언론 환경도 급변했다. 지금은 실시간 기사 송고 시스템이 완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청와대가 국정홍보 및 언론대응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김 대변인과 고 부대변인의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