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 안락사 논란’ 박소연 대표, 도축업자를 보호소 직원 채용

입력 2019-01-14 09:10
동물권 단체 케어의 한 직원이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후원자와 직원 몰래 구조동물 200여 마리를 안락사 조치한 동물권 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가 지난해 개 도축업자를 보호소 직원으로 채용하고 전업(轉業)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어는 동물권에 반하는 비윤리적 기업 기부 거부 등을 표방하는 단체여서 당시 내부에서 후원자를 속인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케어 내부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표가 지난해 충남 홍성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던 A씨를 보호소 직원으로 채용하고 전업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당시 개 식용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A씨가 “일을 그만둘 테니 농장의 개들을 처분해 달라”고 문의했고, 박 대표가 이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케어 내부에서는 “개 농장을 보호소로 바꾸는 아이디어에 대해 전략적인 측면이 있다는 말이 있었지만 ‘개 농장주를 어떻게 믿고 보호소 직원으로 채용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분분했다”고 말했다. 개를 도축했던 인사를 동물권 보호 활동가로 채용하고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은 후원자를 기만하는 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케어 관계자는 “박 대표는 구체적인 윤곽도 없이 ‘이렇게 할 테니 알고 있으세요’ 식으로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성은 거리가 멀어 관리·감독이 어렵고 후원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했다”며 “직원들은 아직도 홍성 어디에 보호소가 붙어 있는지 사진으로도 못 봤다.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개 농장주가 동물들을 잘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케어 박소연 대표

박 대표가 구조동물 안락사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안락사 내용을 담은 동물에 대한 인도적 조치 규정은 동물보호센터의 장이나 운영자에게 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처리 대상을 담은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센터 지침에도 동물의 건강상태 외에 ‘센터 수용능력’ ‘분양 가능성’ 등 모호한 기준이 포함돼 있다. 운영자의 독단적 결정으로 얼마든지 대규모 안락사 조치가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동물보호법은 케어와 같은 민간단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한 관계자는 “안락사 규정을 담은 동물보호법 22조는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케어 같은 민간단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민간에서 운영하는 동물의 안락사 기준은 법적으로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 소속 2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에서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현재 케어에는 후원 취소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박 대표를 조만간 상습사기 및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권유림 법률사무소 율담 변호사는 “케어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 후원금을 받았다. 후원자들은 안락사를 쉽게 하는 줄 알았다면 후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강한 동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동물학대를 금지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의심 가는 정황이 있어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