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딘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백악관 법률고문이었다. 그는 1973년 6월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열렸던 미국 상원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백악관 주도의 은폐 공작을 폭로했다.
백악관 관리 출신으로는 최초의 내부 고발자였다. 그의 증언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사임을 이끌어 내는데 결정타 역할을 했다.
마이클 코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다. ‘트럼프의 해결사’로 불렸다.
코언은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플리바게닝’을 택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2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합의금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코언은 이외에도 5건의 탈세와 금융사기, 위증에 대해서도 유죄를 스스로 인정했다.
그런 그가 다음달 7일 미국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1973년과 1974년 미 상원 워터게이트 사건 특별위원회에서 부(副) 법률고문으로 일했던 데이비드 도슨은 11일(현지시간) 두 변호사를 비교하는 글을 USA투데이에 기고하면서 “코언이 트럼프의 탄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법률가인 도슨은 딘과 코언을 철저히 구별했다. 도슨은 “딘은 닉슨을 파멸으로 이끈 정직하고 자발적인 증인”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코언에 대해선 “흠이 많은 증인”이라며 “코너에 몰리자 수사에 협조했으며 경력도 불법으로 가득 찬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도슨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딘이 문자 그대로, 놀랍게도, 상원 특별위원회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우리는 딘의 불법적 혐의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으며 그가 침묵을 지켰더라면 딘을 기소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딘은 백악관에서 벌어진 은폐 공작을 진술했다. 또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었던 닉슨의 비밀 녹음테이프의 존재를 특별위원회에 알렸다. 딘의 진술은 틀린 것이 없었다.
딘은 기소 면제를 조건으로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러나 그는 사법 방해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고 짧은 기간의 수형 생활을 했다. 도슨은 딘을 향해 “환상적인 증인”이라고 극찬했다.
도슨은 코언에 대해선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수사에 협조한 사람”으로 비판했다. 도슨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과 검찰이 코언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코언은 만약을 위해 트럼프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했고, 수사팀은 그 녹음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권을 기대하면서 그에게 의지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코언을 희생시키려고 하는 것을 눈치 채면서 코언이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고 도슨은 분석했다.
도슨은 “코언의 신뢰성은 하원 청문회에서 엉망이 될 것”이라며 “그의 증언을 따져봐야 한다”고 끝까지 의심을 풀지 않았다. 또 “코언은 아직도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다 진술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도슨은 수사팀이 트럼프의 녹음 테이프를 비롯해 방대한 자료들을 이미 입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수사자료들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나 기소에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언의 증언은 믿을 수 없어도, 그를 통해 입수한 증거들은 탄핵이나 기소에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에게 ‘쥐새끼’(rat)라는 폭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의 하원 증언 소식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