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에서 축제로”…한국당 조직위원장 오디션, 청년·여성 ‘대반격’

입력 2019-01-13 17:16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 선발을 위해 진행한 ‘정치 실험’이 사흘간 일정을 끝으로 12일 막을 내렸다. 여성과 30·40대 정치 신인들이 공개 오디션에서 경륜 있는 전·현직 의원들을 연이어 꺾는 이변이 속출했다. 정치적 뒷배경이 없는 정치 신인들이 대거 선발되면서 후보자 이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정치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조직위원장(구 당협위원장)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국회의원 선거구 15곳에서 새로운 위원장을 선발했다. 여군 출신 황춘자 전 서울 용산구 당협위원장이 용산구 경선에서 참가자 중 국회의원 최다선(3선) 기록을 지닌 권영세 전 주중대사를 꺾은 것을 시작으로 이변이 이어졌다. 지원자 36명 중 8명이 전·현직 의원이었으나 이중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만 경선을 통과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청년·여성 신인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을과 송파병, 부산 사하갑 등 9곳에서 30·40대 및 여성이 조직위원장으로 선발됐다. 조강특위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대표나 원로 등 소위 ‘백’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정계 입문이 어려운 현실에서 정치적 뒷배경이 없는 사람도 당당히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자평했다.

당 관계자는 “그간 조직위원장 선발과 공천 과정이 밀실에서 어두컴컴하게 진행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오디션으로 국민들에게 민주정치의 과정이 이처럼 밝고 투명한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오디션 장에 흐르는 긴장감, 과정의 역동성, 결과의 파격성, 오직 실력만 보는 평가의 공정성이 감동적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젊은 후보자들이 쟁쟁한 커리어를 가진 후보자들 앞에서 방탄소년단(BTS)이나 손흥민 선수처럼 당당히 자기 생각을 개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한국당은 젊은 정당으로, 대안야당으로, 수권정당으로, 스마트하고 투쟁력 있는 정당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디션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전부 생중계됐다. 후보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디션 당일의 이미지만 보고 위원장을 뽑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강특위 관계자는 “조직위원장 선발 과정이 경박해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조강특위 마음대로가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위원장이 선발되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조직위원장은 정당 내에서 지역구 관리를 책임지는 자리로 지역 기반을 다질 수 있어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유리한 요직이다. 총선을 1년여 남긴 시점에서 속단하기 어렵지만 이번에 뽑힌 위원장들이 총선 공천장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이 사실이다. 당 관계자는 “이번 오디션으로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당이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향후 총선 과정에서도 공개 오디션 방식을 발전적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심우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