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중국의 성적은 2전 전승. 파울루 벤투 감독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중국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국은 이미 16강 진출이라는 초기 목표를 달성했다. 그런데도 고삐를 늦출 수가 없다.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조 1위 결정전이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 조 2위에 위치하게 되면 우승까지 험로가 펼쳐진다. 16강에선 A조 2위 팀과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되는데, 인도나 태국 중 한 팀이 유력하다. 나흘 후 경기가 펼쳐져 체력적 부담도 피할 수 없다. 이후 8강에선 이란, 4강에서 일본을 만나게 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모두 우승 후보들이다.
조 1위로 진출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A, B, F조 3위 가운데 한 팀과 16강에서 격돌한다. 휴식할 시간 역시 늘어나게 된다. 22일로 경기가 예정돼 있어 중국과 경기가 끝난 뒤 6일의 체력 보충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2위로 처지는 경우보다 이틀이나 시간을 벌 수 있다. 한국이 조 1위로 진출할 경우의 수는 단 하나다. 중국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질 무승부는 곧 현 위치를 의미한다. 한국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2승을 올리며 승점 6점을 기록했으나 득실차에서 2점 뒤처져 있다.
한국은 앞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공격을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이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 들고나온 밀집 수비의 ‘파훼법’을 찾지 못했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시도한 슛은 총 19차례. 이 중 골대로 향한 유효 슛은 7차례에 불과했고, 득점으로 연결된 것은 수비수 김민재의 헤딩슛이 전부였다. 70.9%대 29.1%로 월등하게 앞서고 있던 볼 점유율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벤투 감독이 “손흥민이 중국전에서 나설 수 있길 기대한다”며 손흥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쾌조의 골 감각을 이어가고 있는 손흥민이 정상적인 컨디션만 발휘해준다면 아쉬운 골 결정력 문제를 한시름 덜 수 있다. 벤투 감독이 혹여 총력전을 생각하고 있다면 손흥민의 투입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손흥민의 체력이다. 손흥민은 14일 새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끝내고 곧바로 UAE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UAE에 입국해 곧장 아부다비에 있는 대표팀 숙소로 향한다 해도 실질적인 휴식시간은 하루 남짓이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 적응 문제도 있다.
경기를 앞두고 양국의 언론들이 서로 도발을 건넬 정도로 이번 중국전은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다. 패배는 단순히 조 2위에 위치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준다. 거듭된 승리로 달아오른 중국을 바라보며 지친 손흥민 카드를 쥐고 있는 벤투 감독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