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노란 조끼 시위’에서 경찰 두 명을 때린 전직 복싱 챔피언을 돕는 모금 운동을 비판한 프랑스 장관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성적 모욕과 욕설을 방송에서 공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를렌 시아파(Marlène Schiappa·36) 양성평등 장관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에 출연해 성희롱과 살해 협박이 담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공개한 뒤 해당 네티즌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시아파 장관의 인터뷰 동영상 중 속옷이 드러난 장면을 캡처한 뒤 ‘창녀’ ‘마크롱(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암캐’ 등 성적인 모욕이나 ‘우리는 당신을 목맬 것이다’라는 등의 협박과 함께 그녀의 트위터에 게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프랑스 LCI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폭력적인 남성들에 의해 쉽게 비하의 대상이 된다. 나 역시 이번 사건에서 성적 학대와 살해 위협을 받았다”라며 “이것은 내가 표적이 된 사이버 폭력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시아파 장관에 대한 무차별적 모욕과 인신공격은 그녀가 ‘노란 조끼 시위’의 폭력을 공격한 뒤 쏟아졌다.
그녀는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관 두 명을 폭행한 전직 복서 크리스토프 데틴제(Christophe Dettinger·37)를 위한 온라인 모금 운동을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모금 운동을 통해 하루 만에 11만 유로(1억5000만원 상당)가 모였으나 폭력을 선동하는 일이라는 비난 여론이 일자 중단됐다.
키 192㎝의 데틴제는 프랑스에서 2007·2008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2번이나 차지한 전직 복서로 알려졌다. 현재는 은퇴해 파리 근교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봉쇄된 파리 시내 육교의 가드레일을 뛰어넘은 뒤 경찰봉과 방패 등으로 무장한 경찰을 때렸다. 그는 사건 하루 뒤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나도 노란 조끼”라며 “경찰의 폭력 진압에 분노하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다음 날 자수했고 아직까지 구금돼 있다.
이에 프랑스 복싱협회는 성명을 내고 “전직 프로 복서인 사람의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가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대한 분노로 번지면서 전국 규모의 집회가 8주째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 억제를 위해 과격 시위자 등록제 등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김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