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개성공단과 금상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북한에 ‘벌크 캐시’(Bulk Cash·대량현금)가 유입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사견임을 전제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김정은 위원장의 우선순위인 건 분명하다”며 “그러나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제 면제를 받기까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제재 면제를 받기 위해 벌크 캐시가 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강산 관광에 대해선 “좀 다를 것 같다. 그것(개성공단)보다는 가벼울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제재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으로의 대량현금 이전(2094호)과 북한 내 사무소 및 은행계좌 개설(2321호)을 금지하고 있다. 공단을 재개하면 북한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데, 현재는 현금 지급도 계좌를 통한 송금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하려면 급여를 현물로 대체하는 식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딜(거래)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선(先) 신뢰구축 후(後) 핵 신고’ 구상에 대해서는 “북·미 양측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상응조치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며 “우리로서는 양측이 빨리 움직여줬으면 하는 생각이고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핵 신고가 필요한 건 분명하고 이를 꼭 뒤에 놓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완전한 핵 신고가 가능하도록 필요한 구체적 조치를 먼저 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북·미 간 불신이 큰 상황에선 북한이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당국자는 종전선언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 종전선언이고 이는 북한이 좀 더 편안하게 비핵화할 수 있는 견인책이 될 수 있다”며 “시기는 늦어졌지만 여전히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상은 북·미 간 비핵화 진전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