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택시 기사의 음성 메시지 “文정부, 소통 없고 北에만 관심”

입력 2019-01-10 17:41 수정 2019-01-10 17:42
9일 오후 6시3분쯤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던 택시에서 불이 나 조수석에 놓여있는 유류용기가 불에 타 았다. 분신을 시도한 60대 택시 기사 임정남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10일 새벽 끝내 숨졌다. 뉴시스(독자 제공)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해 지난 9일 분신한 60대 택시기사의 음성 메시지가 10일 나왔다. 메시지는 동료들에게 남긴 것으로 약 3분 분량만 공개됐다.

불법 카풀영업 척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천막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분신한 택시기사 임정남(65)씨가 동료들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 중 일부를 전했다. 임씨는 분신을 시도하기 전 이 녹음 파일을 자신의 동료에게 건넸다고 한다.

파일에 따르면 임씨는 “60대가 주축으로 이뤄진 택시기사들은 다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라며 “(문재인정부는) 국민과 소통한다더니 이게 웬 말이냐”고 개탄했다.

이어 “문재인정부는 상생하자던 카카오가 지금은 콜비도 받아 챙기고, 밥 벌어 먹고사는 택시기사들마저 죽이려 하는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비정규직이 어쩌고 말만 앞세우더니 지금은 국민과 대화하기도 힘든 것이냐”고 덧붙였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임정남씨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10일 공개됐다. 뉴시스

임씨는 “택시기사들이여 다 일어나라. 교통을 마비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음성으로 공개되지 않은 내용에는 “문재인정부가 국민과의 대화와 소통에는 소홀하고 북한에만 정신을 쏟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임씨의 자필 유서도 공개했다. 불에 그을려 있는 것으로 보아 임씨가 분신한 택시 안에서 발견된 다이어리의 일부로 추정된다. 임씨는 이 다이어리에 “택시업계와 상생하자며 시작된 카카오 택시가 단시간 내 독점해 영세한 택시 호출 시장을 도산시키고”라고 적었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임정남씨가 생전 남긴 유서가 10일 공개됐다. 자필 유서에는 "택시업계에 상생하자며 시작된 카카오엠 택시가 단시간 내 독점해 영세한 택시 호출 시장을 도산시키고"라고 적혀 있다. 문재인정부에 비위 행위가 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김태우 수사관 이름도 보인다. 뉴시스

임씨는 9일 오후 6시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인근 도로에 정차한 택시 안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차 안에서는 녹아서 납작해진 기름통, 기름통 뚜껑, 가족에게 남긴 짧은 글 등이 적힌 다이어리가 발견됐다.

임씨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가 10일 오전 5시30분쯤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이송 당시 이미 중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에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 최모씨가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 안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최씨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최씨의 유서에도 카풀 서비스에 강력히 반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