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 수비, 벤투호를 막아서다

입력 2019-01-10 15:41
7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C조 조별 리그 1차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한국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 아시아 무대에서만큼은 영원한 강호다. 많은 참가국 감독들로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경쟁국 언론들이 대회 시작 전부터 유독 손흥민에게 집중한 것도 한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많은 동아시아 팀들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 ‘밀집 수비’를 들고 나온다.

잔뜩 내려앉아 페널티박스에 모든 선수가 연습된 플레이를 바탕으로 단단한 수비를 펼친다. 그러면서 빠른 측면역습이나 긴 롱볼 크로스를 통해 위협적인 한방만을 엿본다. 수비라인과 미드필더라인의 타이트한 간격조절을 통해 상대의 슛조차도 최소화한다. 선수비 후 역습 전술로 대표되는 그들의 시스템은 매우 전통적이며, 클래식하다. 전형적인 약팀이 강팀을 잡는 전술이다. 비단 아시안컵뿐만이 아닌 다른 대륙컵 대회와 월드컵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이러한 수비조직을 깨지 못해 무너진 우승후보국들은 많았다.

벤투호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필리핀전은 예상과 같은 흐름으로 전개됐다. 상대는 극단적인 수비 일변도 전술을 들고 나왔고, 한국 선수들은 이를 뚫어내지 못했다. 후반 21분 황의조가 결승골을 넣으며 1대 0으로 신승하긴 했지만, 많은 숙제가 남은 경기였다. 볼 점유율이 80%가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인 볼 소유권을 가졌지만 유효 슛은 5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던 황의조(4개)에 전적으로 의존한 결과였다. 빡빡하게 세로 수비라인 간격을 유지한 필리핀 수비진을 상대로 슛 한번 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벤투호는 지난 7번의 A매치에서 필리핀과 같이 경기 내내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들고나오는 팀을 상대해본 적이 없었다. 상대했던 팀들 대부분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과 대등하다고 평가받는 팀들이었던 만큼 공격 대 공격 맞불 작전을 들고 나왔다. 실전에서 처음 상대해보는 만큼 필리핀전은 수비 일변도로 나오는 팀을 상대하는 적응기가 됐다.

이젠 볼 점유율이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통계 수치로 인식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한 정황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호주는 지난 6일 요르단을 상대로 70% 이상의 볼 점유율을 가져갔으나 0대 1로 패했다. 일본 역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27위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1점 차(3대 2)로 진땀승 했다.

벤투 감독은 필리핀전이 끝난 후 수비 위주로 나오는 상대의 공간을 깨뜨리는 방법과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복기했다. 숙제는 선명해졌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깨트리는 것이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기 위해 벤투호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