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빙상인연대 대표이자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인 여준형씨가 심석희 외에도 빙상계 성폭행 피해 선수가 더 있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1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심 선수는 다른 선수와는 다르게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했을 때부터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뒤까지 조재범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면서 “빙상계에서는 드물게 오랜 기간 한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이어 “과거 (국가) 대표 선발전 때 심석희 선수가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면서 “제가 목격한 건 시합 때 라커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선수촌 자체가 일반인들이 출입하기 굉장히 어려운 구조로 돼 있고, 팀 라커룸 자체도 밖에서 들여다본다고 보이지 않는다. 라커룸 안에도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선수촌 내 라커룸의 폐쇄성에 대해 설명했다.
진행자인 김현정은 “장소의 폐쇄성이 일단은 있다는 말씀이시고, 폭행의 경우는 이미 만연하다는 이야기가 여러 증언을 통해 나왔다”면서 “사실 성폭행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지금 어떻게 파악을 하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냐”고 물었다.
여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저희가 알고 있는 경우만 대여섯 사례가 있다”면서 “조재범 코치 외에 다른 코치들에 대한 부분도 있는데 우선 피해자들이 얘기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피해 선수들이 어린 여자 선수들이기에 이걸 외부에 이야기하고 도움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답했다.
‘피해를 본 대여섯 명의 선수들이 다 현역이냐’는 질문에 “현역 선수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여 대표는 “그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이 조 코치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지금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선수들이 지목한 사람 또한 여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2명 이상의 코치가 이런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이런 사례들을 파악하던 중에 심석희 선수 사건이 터졌다”면서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굉장히 많이 놀랐고 세계 1등을 했던 선수까지 피해를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김현정은 “폭행도 그렇고 성폭행까지 벌어지는 이 상황에,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진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여 대표는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 때문인 것 같다. 지도자의 권력이 너무 세다 보니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젊은빙상인연대는 현역 선수 2명에 대한 성폭행 피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여 대표는 이 2명의 선수에 대해 “기자회견을 어느 선까지 어떻게 할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은 “이 선수들도 혹시 미성년 때부터 당한 것이냐”고 물었고 여 대표는 “현재는 아니고, 미성년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SBS는 앞서 8일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보도했다.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2018년 평창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월 중순까지 4년간 조 전 코치의 성폭행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심 선수는 조 전 코치의 무차별적인 폭행과 폭언, 협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선수는 지난달 17일 조 전 코치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조 전 코치는 변호인을 통해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