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 관례 어긋나도 공개한 까닭… 文 “좀 특별했다”

입력 2019-01-10 14:18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와 관련해 “특별했다”고 10일 말했다. 친서에 대해 “대단히 성의 있었다”고 평가한 문 대통령은 자신도 답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5분쯤부터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기자 180여명을 대상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의응답은 정치, 외교·안보, 경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사전 조율 없이 즉석에서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식이었다. 가장 먼저 외교·안교 분야 순서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친서에 보낸 답장 내용이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우선 남북 간의 친서 교환은 필요하면 주고받는다”면서 “특사가 직접 가지고 가서 전달하는 때 외에는 친서를 보내고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사 공개된다고 해도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번 받은 친서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단히 성의 있는 친서였다”며 “(김 위원장이) 연내에 답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간곡하게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친서가 전달된 사실을 공개한 까닭에 대해서는 “새해에 더 자주 만나기를 바라는 내용이라서 국민들이 그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김 위원장의) 답방이 무산된 것을 국민들이 궁금해하니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친서 받은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북측에 알려준 뒤 몇몇 내용은 필요한 만큼 공개한 것”이라며 “그대로 공개 못 한 것은 관례라는 걸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나도 성의를 다해서 (북한에) 친서를 보냈다.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친서들을 통해서 새해에도 남북 정상 간에 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되고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비핵화에 있어서도 더 속도 있는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는 지난해 3차례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열었던 것에 대한 소회와 약속했던 ‘연내 서울 답방’ 무산에 대한 아쉬움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라는 표현을 썼다. 각하는 타국 정상에게 예우를 갖춰 사용하는 존칭이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호칭 외에도 “평양에서의 우리의 상봉이 어제 일 같다” “잊을 수 없는 2018년” 등의 문구를 통해 친밀감을 드러냈다.

또 “두 정상이 한 해에 세 번씩이나 만나 남북 사이 오랜 대결 구도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이뤘다”면서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겠다는 다짐을 적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