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와 관련해 “특별했다”고 10일 말했다. 친서에 대해 “대단히 성의 있었다”고 평가한 문 대통령은 자신도 답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5분쯤부터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기자 180여명을 대상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질의응답은 정치, 외교·안보, 경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사전 조율 없이 즉석에서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식이었다. 가장 먼저 외교·안교 분야 순서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친서에 보낸 답장 내용이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우선 남북 간의 친서 교환은 필요하면 주고받는다”면서 “특사가 직접 가지고 가서 전달하는 때 외에는 친서를 보내고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사 공개된다고 해도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번 받은 친서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단히 성의 있는 친서였다”며 “(김 위원장이) 연내에 답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간곡하게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친서가 전달된 사실을 공개한 까닭에 대해서는 “새해에 더 자주 만나기를 바라는 내용이라서 국민들이 그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김 위원장의) 답방이 무산된 것을 국민들이 궁금해하니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친서 받은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북측에 알려준 뒤 몇몇 내용은 필요한 만큼 공개한 것”이라며 “그대로 공개 못 한 것은 관례라는 걸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나도 성의를 다해서 (북한에) 친서를 보냈다.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친서들을 통해서 새해에도 남북 정상 간에 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되고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비핵화에 있어서도 더 속도 있는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는 지난해 3차례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열었던 것에 대한 소회와 약속했던 ‘연내 서울 답방’ 무산에 대한 아쉬움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라는 표현을 썼다. 각하는 타국 정상에게 예우를 갖춰 사용하는 존칭이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호칭 외에도 “평양에서의 우리의 상봉이 어제 일 같다” “잊을 수 없는 2018년” 등의 문구를 통해 친밀감을 드러냈다.
또 “두 정상이 한 해에 세 번씩이나 만나 남북 사이 오랜 대결 구도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이뤘다”면서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겠다는 다짐을 적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