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정도면 얼굴 괜찮다” “우리 섹션 여자애들 정도면 다 예쁜 것”식의 발언이 언어 성폭력으로 규정됐다.
서강대학교 측은 남학생이 여학생을 대상으로 외모 평가 발언을 한 것을 언어 성폭력으로 판단했다고 9일 밝혔다.
서강대 국제인문학부 학생회가 페이스북에 올린 ‘성폭력 사건 공론화 및 최종 보고’에 따르면 18학번 A씨는 지난해 3월 여성 동기들에게 “너 정도면 얼굴 괜찮다” “우리 섹션 여자애들 정도면 다 예쁜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발언은 같은해 11월 22일 학부 섹션 성평등주체에 신고됐다. 이후 사건을 조사할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A씨의 발언이 ▲특정 성별에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 ▲특정 성별을 대상화하거나 비하하거나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발언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뒤,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상담과 피해자 면담을 거쳐 ‘언어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했다.
대책위는 A씨의 모든 공식적 활동 참여를 제한하고 대학 성평등상담실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가해 사실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도 요구했다.
A씨는 사과문에서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여자 동기 얘기가 나왔다. 칭찬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몇몇 사람들에게는 비교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 못 한 내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A씨는 성평등상담실 교육 이수에는 동의했으나 학부 섹션 내 공간 분리 조치에는 따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학생회 측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간 분리는 징벌적 의미가 아니고,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접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개인의 가치판단보다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정 성별 집단의 외모를 평가하는 행위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특정 성별에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로 느껴질 수 있다”며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예쁘다’라는 발언이 성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언어 성폭력이라고 규정하고, 학교생활까지 막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