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게 많으면 뭐합니까. 들어주지 않는데…. 그래서 그 사람도 극단적인 시도를 한 것이겠죠.”
경기도 수원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60대 운전사 A씨는 동료 기사의 서울 광화문광장 분신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9일 오후 6시쯤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분신을 시도한 수원 개인택시조합원 B씨(65)와 같은 소속이고, 같은 연령대의 택시운전사다.
A씨는 이날 밤 승객으로 택시에 탑승한 기자에게 B씨의 이야기를 꺼내며 “소식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백미러에 비친 A씨의 표정에서 깊은 상심이 보였다. A씨에게 B씨의 일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택시 영업을 한 지 25년 됐다는 A씨는 “혼수상태라던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자가용 운전자가 승객을 태울 수 있게 하는 영업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카풀’이 시작되면 택시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풀’은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가 같거나 이동 방향이 비슷한 이용자들이 개인차량으로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일부 택시 운전사들은 카풀을 ‘자가용’이라는 표현으로 구분한다.
“지금 정부에서 허가를 받고 택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자가용은 허가가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는 정당하게 허가를 받고 일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대기업 마음대로…. 하….” A씨는 연신 한숨을 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허가 자체가 잘못된 거다. 자가용 운전자에게 영업을 하라니 말이 되냐”며 “카풀 자체는 좋다. 회사 동료끼리 출퇴근 같이하는 건 좋다.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카풀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마지막으로 “퇴직 후 마지막 보루로 택시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일이 또 일어났다. 이 사람도 카풀을 반대하며 정부 비판을 한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온몸에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10일 오전 5시50분쯤 사망했다. 분신 시도 당시 택시 안에 승객은 없었다. B씨는 평소 카풀 모바일 서비스를 반대했으며 동료들에게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카풀 시행에 반대하며 택시 운전사 C씨(57)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택시 안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C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