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위력 아냐” 김지은 “인간 착취”… 2심 최후진술

입력 2019-01-09 23:32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검찰이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9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렇게 구형하고, 신상공개 및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은 “이 사건 본질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감독하는 상급자가 권력을 이용해 하급자를 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속한 도청 정무조직은 피고인 한 사람만을 위해 모두가 움직이고, 피고인 한 사람에 좌우되는 특성이 있다”며 “피해자는 수행비서로서 피고인의 지시를 즉각 응해야 하는 업무상 특성이 있다. 피고인은 업무상 특성을 이용해 피해자를 불러 간음하고 추행했다”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업무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피고인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설명이 안 된다. 언론에서 보도된 행동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의 보직 변경과 관련해 (피해자가) 성폭행범으로부터 멀어진 것을 안도하기는커녕 상실감, 절망감을 넘어 물리적으로 멀어진 거리에 두려움까지 표했다”며 “성폭력 피해 감정과 실제 언행 사이의 불일치, 모순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과 해외 출장지인 러시아, 스위스에서 전직 수행비서 김지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최후진술에서 “송구하다”는 발언을 반복한 뒤 “도덕적, 정치적으로 무한의 책임감을 느낀다. 어떤 경우라도 내가 가진 힘으로 상대의 인권과 권리를 빼앗은 적이 없다.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은 정치인으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 최후진술을 대독했다. 김씨는 이 진술에서 “피고인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11개월이 지났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진실을 말하기까지 나는 오랜 시간 두려움에 떨었다”며 “나에게 미투(Metoo)는 단순한 고발이 아닌 가늠할 수 없는 힘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힘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 부디 사건의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해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판단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일 오후 2시30분 안 전 지사에 대해 선고할 계획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