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택시기사가 분신시도를 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분신 이유는 최근 택시업계에서 반대가 극심한 카카오 카풀 서비스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카풀에 반대하던 택시기사가 국회 앞에서 분신한지 약 한 달만이다.
서울 종로경찰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쯤 종로구 광화문 KT앞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개인 택시기사인 임모(64)씨가 몰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임씨가 2도 전신화상을 입고 한강성신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당시 택시에 승객은 없었고, 임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때 택시 전체는 이미 화염으로 뒤덮여있었고, 임씨는 차량 밖으로 나와있었으나 옷이 불에 탄 상태였다. 불은 6분만에 진화됐다. 화재 직후 임씨가 “내가 불을 질렀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임씨가 차량에 남긴 유서는 없었다. 인화성 물질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임씨가 분신을 시도했는지 아직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다.
임씨의 개인택시 동료들은 임씨가 카풀에 반대해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위원장은 “평소 임씨는 카풀반대 입장에 서서 몇번이나 농성에 참가할 정도로 가장 앞장서서 투쟁을 했다”며 “광화문은 카풀 반대 농성을 처음 했던 곳이다. 거주지인 수원에서부터 개인택시 끌고 광화문까지 온 걸 보면 분신 이유가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분신 직전에 택시 동료들에게 전화해 분노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위원회장은 “임씨가 평소에도 동료들에게 분신하겠다면서 유서를 준 걸로 알고 있다”며 “내용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대한 원망, 택시업자들에 대한 원망, 개인택시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