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굴맨에게 맡기라고!” 장하권의 LCK 도전기

입력 2019-01-10 08:00 수정 2019-01-10 08:00

담원 게이밍의 탑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은 뛰어난 테크니션이다. 그는 블라디미르, 라이즈, 제이스, 아트록스, 빅토르 등 정교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챔피언을 잘 다뤄 팀 승리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너구리가 무난하게 성장하면 힘들다’는 타팀 평가가 나올 정도. 실제로 지난해 말 열린 KeSPA컵에서 담원을 상대하는 팀들은 장하권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하권은 자신 있는 챔피언을 선택했을 때 확실하게 증명했다. 김목경 감독과 김정수 코치가 주로 탑에 무게를 둔 밴픽을 구상하는 이유다. 이 같은 기량 향상은 확실한 피드백과 성찰이 있기에 가능했다. 장하권은 경기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반성점을 찾으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이 같은 잠재력으로 장하권은 ‘마린’ ‘스멥’ ‘칸’ ‘기인’을 잇는 차세대 탑 라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장하권은 올봄 처음으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무대를 밟는다. 그가 ‘너구리’라는 닉네임을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또 ‘원맨팀’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직접 만난 장하권의 입담은 생각 이상으로 거침없고 솔직했다. 질문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은 프로다움이 묻어났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 달라.

“이번에 LCK 승격한 담원 게이밍의 탑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이다. 고등학교 3학년 들어가기 전 겨울 방학쯤(2017년 초)에 챌린저스 코리아의 아이 게이밍 스타(IGS)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전에는 3부 팀 클랜에서 프로게이머 지망생으로 있었다. IGS와 스크림을 했는데, 거기에서 탑을 구하다가 나를 눈여겨본 것 같다. 이후 IGS에서 활동하면서 대회에서 주목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담원으로 오게 됐다. 2017년 말부터 담원에 몸담았다. 롤은 중학교 1학년때부터 했다.”

-닉네임이 ‘너구리’인 이유가 궁금하다.

“IGS에서 저를 뽑을 때 엄청 급한 분위기였다. 시즌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깐 절차를 급하게 밟았다. 아이디를 지어야 하는데 30분 내로 보내 달라고 하더라. 네이밍 센스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인터넷에 너구리 사진이 보였다. 그걸 보면서 별생각 없이 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괜찮은 닉네임인 것 같다.”

-지난 KeSPA컵에서 상대의 강점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피드백 하는 게 인상 깊었다. 기억력이 좋은 것 같은데.

“아이큐는 잘 모른다. 기억력은 사실 안 좋은 편인데 게임을 하면 집중력이 높아져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임 내에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깐 기억이 뚜렷한 것 같다.”


-‘원맨팀’이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아쉬운 평가다. 실제로 팀원들이 정말 잘한다. 솔로 랭크 점수만 봐도 다 상위권이고 나이가 어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이 많다. 이번 KeSPA컵 때 실력을 다 못 보여준 것 같다. 실제로 ‘스크림 패왕’ 칭호를 얻은 것은 팀원들 덕분이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드림팀’으로 꼽히는 SK텔레콤 T1을 잡으며 화제를 낳았다. 당시를 회상한다면.

“SKT는 강팀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일단 1세트는 많이 죽어서 정말 힘들었다. 저를 잡으러 온다는 걸 알았는데 계속 잡혔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실수한 게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생각이 많은 세트였다.

그러나 2, 3세트를 극적으로 이기면서 환호했다. 끝나자마자 팀원끼리 난리가 났다. ‘정말 이겼다!’ 이런 생각이었다. 감독, 코치님도 기뻐했다. 강팀을 잡으면서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솔직히 지금도 어떻게 이겼나 싶다. 특별히 밴픽 상황에서 저희가 좋아하는 픽을 많이 가져와서 이겼다. 그래서 자신감을 더 얻은 것 같다.”

-스스로의 기량을 평가한다면.

“사실 스크림 때는 별로였다. 그러다가 KeSPA컵 할 때 조금 올라간 것 같다. 요즘은 폼이 저조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솔랭 점수가 올라가면서 자신감을 얻었지만 폼이 워낙에 오락가락한다.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탑 라이너 스타로 ‘너구리’가 주목받고 있다.

“제가 그런 평가를 받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배로 더 잘해야 될 것 같다. 게임하면서 느끼는 게 저는 장단점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장점은 라인전이 강하다는 거지만 이것도 주위의 말이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주위에서 칭찬 많이 해주지만 저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가장 큰 단점은 급함이다. 냉정함을 너무 쉽게 잃는 것 같다. 올바른 판단을 못 할 때가 많은데 보완해야 한다.”

-최근 팀 분위기는 어떤가.

근래에 스크림은 거의 안 했다. 분위기는 달라진 게 없다. 그대로다. 솔로랭크하고, 방송하고, 바뀐 건 없는 것 같다. 다들 알아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 메타를 어떻게 읽는지, 그리고 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정글, 미드 주도권이 정말 중요하다. 미드 챔피언이 리산드라, 갈리오 같은 반반 챔피언이 많이 나온다. 우리 미드가 정말 강한데, 메타 때문에 반반 챔피언을 고르면서 부각이 안 된 걸 수도 있다고 본다. 미드 정글 주도권을 바탕으로 사이드 다이브 압박을 주는 게 정말 좋다. 우리 미드, 정글이 둘 다 잘한다. 그래서 나쁘지 않다.”

-새로 합류한 두 코치는 어떤가.

“김정수 코치께서는 커리어 하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시다. 그만큼 매우 엄격하시다. ‘아니다’ 싶은 것은 확실하게 손을 대신다. 무엇보다 팀에 도움이 됐던 건 밴픽의 체계화다. 아울러 콜적인 피드백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 말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실 정도로 세세하다.

먼저 합류한 손창근 코치께서도 커리어가 상당하시다. 이분은 ‘코치 그 자체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프로페셔널하시다. 피드백도 열정적이고, 선수들과도 대화를 많이 해서 정신적인 케어를 많이 해주신다.”

-프로생활을 하며 롤 모델로 삼은 선수가 있는지.

“‘스멥’ 송경호 선수와 ‘칸’ 김동하 선수를 존경한다. ‘스맵’은 팀적으로 움직이는 플레이가 탁월하다. 실수가 없는 게 인상 깊었다. ‘칸’은 상대를 찍어 누르는 플레이가 멋있었다. 그냥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인’ 김기인 선수 같은 경우 단점이 없다. 침착하고, 플레이에 일관성이 있다.”

-처음으로 1부 리그 무대를 밟는 소감이 어떤지.

“오랫동안 목표가 LCK에서 성공하는 거였다. 그런 꿈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다. 설레고 기분 좋다. 반면 긴장되는 것도 있다. 강한 팀이 많아서 질 때도 있을 텐데 자신감을 잃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팀원들과 잘 극복해서 꼭 이번 시즌이 아니더라도 잘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 성적을 예상한다면.

“우리 팀은 4~5등정도 예상하지만, 충분히 포텐셜이 터진다면 그 이상의 순위도 노릴 수 있을 것 같다. 강력한 1위 후보는 그리핀이다.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챌린저스 때와 느낌은 비슷하지만 강함으로 따지면 몇 배는 더 잘한다. ‘숨 막히게 잘한다’는 느낌이 정확하다. 지금은 ‘킹리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불사신인 것 같다.

SKT는 발전 가능성이 무한대인 것 같다. 한 명 한 명이 대단한 팀이다. 우리는 팀원이 안 바뀌고 매우 오랜 시간 쭉 연습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본다. 반면 SKT는 합을 맞출 시간이 거의 없었다. 다음에 만나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곤 한다.

젠지도 강할 것 같다. 바텀의 위력이 상당하다. 팀이 불리할 때도 안 급하게 천천히 역전을 노리는 게 인상적이다. ‘룰러’ 박재혁 선수의 캐리력을 믿고 파밍하면서 나중을 노린다. 라인전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피지컬도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희 팀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팀이다. 경기력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좋은 코치분들과 합을 맞춰서 더 높은 곳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응원해주고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