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노조, 선배 기자 청와대 입성 두고 “언론 윤리 위반”

입력 2019-01-09 17:41

한겨레 노동조합이 9일 여현호 전 한겨레 선임기자의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임명을 두고 “언론인 윤리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며 청와대에도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한겨레 노조는 청와대의 여 비서관 임명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한겨레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일로서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하루 아침에 권력 핵심부의 공직자로 자리를 옮겼다”며 “여 기자의 청와대행이 한겨레가 언론인 윤리에 어긋난다고 줄곧 비판해온 행태에 해당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권력의 현직 언론인 공직 발탁은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허물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며 “현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언론을 인재 풀의 하나로만 가볍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 정부 청와대에도 깊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한겨레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합원의 윤리 의식 제고에 한층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의 뜻을 표했다. 김의겸 대변인에 이어 여 비서관까지 청와대에 몸을 담으면서 한겨레 일선 기자들의 박탈감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선배들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도 지난 8일 윤도한 전(前) MBC 논설위원이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매우 유감스럽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를 강조했다.

MBC본부는 윤 수석이 2018년 12월 31일자로 명예퇴직했다는 점을 들어 “직전까지 회사에서 보직을 맡거나 일하다가 곧바로 청와대로 간 경우와는 다르긴 하지만, 사실상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직행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력은 언제나 언론을 길들이고 언론인을 이용하려는 속성을 갖는다. 이미 수많은 MBC 출신 인사들이 정치권에 몸을 담고 있다”며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언론과 권력이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