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극복했다’는 말이 주는 소외감에 대하여

입력 2019-01-09 17:37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저자 김원영 변호사가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은 장애인을 소외시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7일 방송된 EBS 교양프로그램 ‘배워서 남줄랩’은 ‘나는 장애를 극복하지 않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출연한 김 변호사는 ‘장애를 극복했다’는 말이 주는 심리적 소외감을 설명했다.


그는 “평범하고 보통의 장애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킬 수 있는 표현”이라며 “현실에는 장애 때문에 수많은 불리함이 존재하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면서도) 그걸 못 하면 열심히 살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면에는 ‘장애 딛고 웹툰작가 꿈 키워’ ‘언어장애 극복하고 오디션 우승’ ‘장애 딛고 일어선 사람들’ ‘장애 극복하고 소설 집필’ 같은 기사 제목들이 등장했다.

김 변호사는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수시로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안고 태어났다. 그는 불편한 몸으로 공부에 매진에 서울대학교에 합격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그의 앞에는 항상 ‘장애를 극복한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김 변호사는 “난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노련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디어가 장애인의 모습을 정형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미디 소재로 쓰여왔던 장애를 희화화하는 작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방송의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김숙은 “무지에서 나오는 개그”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애자’ ‘병신’ ‘찐따’ 같은 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 역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고착시킨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