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졸업식’ - 1월로 앞당기고 ‘이색 잔치’ 연이어

입력 2019-01-09 16:07 수정 2019-01-09 17:02
9일 열린 충북 영동 추풍령중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꼭 기억하고 싶은 물건과 영상물, 편지 등을 담은 타임캡슐을 임근수 교장(왼쪽에서 여덟 번 째)과 함께 교정에 묻고 있다. 추풍령중 제공.

‘레드 카펫 밟으며 입장하고, 아빠들이 축하 공연 해주고, 부모님께 상장 드리고, 타임캡슐도 묻고….’

많은 초․중․고교가 졸업식을 1월로 앞당겨 치르는 가운데 ‘이색 잔치’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

충북 영동 추풍령중은 9일 졸업생 주도의 졸업식과 타임캡슐 매설식 등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부르는 노래 공연으로 시작돼 축하 영상, 레드카펫 포토타임, 공연과 편지 낭송 등으로 진행했다.

11명의 졸업생은 이어 꼭 기억하고 싶은 물건과 영상, 편지 등을 타임캡슐에 담아 교정에 묻었다. 타임캡슐 매설은 20년째 진행돼 온 학교 전통으로 졸업생들은 20년 뒤 다시 모여 개봉할 예정이다.

임근수 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눈물이 있는 졸업식이었다. 졸업생 대표의 답사는 물론 11명의 학생이 각자 선생님과 부모님께 인사말을 하는 동안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 눈시울을 붉혔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전북 전주 동북초교 졸업식에서는 33명의 학생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했다. 졸업생들은 무대 위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선보이고 학부모와 재학생들은 원형 테이블에 앉아 큰 박수를 쳤다.

같은 날 정읍에 있는 전북동화중에서는 졸업생 24명 전원에게 ‘행복씨앗통장’이 전달됐다. 이 통장은 졸업생들이 미래를 꿈꾸고 진로를 계획하는 씨앗이 될 수 있는 3년 만기 적금통장이다. 해당 통장에는 각각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 통장은 이 학교 송재중 생태농업 지도교사와 비영리단체 동화랑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4일 열린 강원 춘천 금병초 졸업식에서 20명의 아버지들이 색소폰과 기타, 피아노 연주에 맞춰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금병초 제공.

4일 열린 강원 춘천 금병초교 졸업식에서는 ‘아빠들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아빠들은 이날 자녀들과의 추억이 담긴 축하 영상을 제작해서 상영했다. 더불어 20명은 색소폰과 기타 피아노 연주에 맞춰 합창을 하며 학생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선사했다.

같은 날 홍천 내촌초교에서는 졸업생들이 부모님에게 ‘고맙상’, ‘라이프상’, ‘이해상’, ‘참부모상’ 등으로 직접 이름 붙인 상장을 선물했다. 춘천 서원초교 졸업식에서는 4~6학년 학생들이 연습한 뮤지컬을 선보이고, 충남 논산 부창초교에서는 5학년 후배들이 축하 동영상을 만들어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해줬다.

4일 광주 진제초교에서는 6학년 전체 졸업생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학생들은 1반부터 5반까지 이어가며 졸업의 아쉬움과 중학교 진학에 대한 설렘을 경쾌한 음악에 담아내 호응을 얻었다.

7일 광주북초교는 담임교사와 학생이 만든 졸업 앨범을 전시해 6학년 생활을 되돌아봤다. 이 앨범들은 통상 업체에서 만들어주던 것과는 달리 졸업생들이 촬영한 사진들로 제작됐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밀가루가 날리던 졸업식은 옛말이 되었다”며 “졸업과 새출발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행사가 눈에 띄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들어 1월에 졸업식을 치르는 학교가 크게 늘었다. 연간 학사일정을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면서 생긴 변화다. 매년 2월 ‘빛나던 졸업장∼’을 부르던 관행은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경기지역에서는 2372개 초·중·고교 가운데 1947개(82%) 학교가 12~1월에 방학식과 함께 졸업식을 한다.

충북에서도 255개의 초등교 가운데 212곳, 중학교 127개중 96곳, 고등학교 84개중 47곳이 1월 안에 졸업식을 갖는다. 제주지역은 196개 학교 중 191곳(97.4%), 세종지역은 116개 모든 학교가 1월에 졸업식을 연다.

전북지역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돼 익산에 있는 이리영등초와 이리남초․이리부송초 등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2018학년도 졸업식을 가졌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법정 의무 수업일수(190일)만 채우면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며 “2월을 새 학기 준비 기간으로 정해 교육환경을 미리 점검해보자는 교육청의 권고도 1월 졸업식이 늘어난 이유”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