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이 한·일 ‘레이더 갈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레이더 주파수를 포함한 데이터 제공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또 ‘우방국 위협 비행에 대응 매뉴얼을 구체화하겠다’는 우리 군의 브리핑을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국방부는 “일본이 실무회담을 통해 레이더 주파수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8일 익명의 한국군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사격통제(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照射)받은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가 레이더의 주파수를 포함한 데이터 제공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레이더 장치는 주파수마다 특징이 있어 레이더 주파수 데이터를 통해 조사(照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리 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7일 화상 회의 형태로 한·일 국방 당국 실무회담이 있었다”며 “일본 측은 일본의 초계기가 받은 레이더와 한국 함정의 레이더 주파수 등의 데이터를 교환해 일치하는지 확인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은 조사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서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데이터 제공에 난색을 보였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아사히 신문보도에 대해 “이전 실무회담과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일본이 실무회담을 통해 레이더 주파수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아사히신문은 ‘우방국 위협 비행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우리 군의 브리핑을 겨냥해 “초계기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한국군 스스로 인정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8일 “위협 비행에 대해서 (군의) 대응 매뉴얼은 주로 적기(敵機)나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것”이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우방국 항공기에 대한 위협 비행이 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28일 우리 군의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를 겨냥했다며 ‘한국 해군 함정이 일본 초계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한 사건에 대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일본 방위성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우리 국방부도 지난 4일 ‘일본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 방해를 사과하고 사실 왜곡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반박 영상을 게재하면서 한·일 ‘레이더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본 측은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에 추격 레이더(STIR)를 쏘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 측은 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북한 어선을 인도주의적으로 구조하고 있던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레이더 전파 데이터를 보면 한국 군함이 화기 관제 레이더를 일본 초계기에 비췄다는 것은 유감이지만 사실”이라며 “양국 협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서로 기밀 사항을 유지한 채 관련 정보를 교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저희는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반박할 생각이 없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시 우리는 조난한 어선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구조작업을 하고 있었고, 또 일본 초계기에 대해서 우리가 레이더 전파를 방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