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희대의 어음 사기 사건의 주범 장영자(75)씨가 네번째 구속된 가운데 “돈이 없어서 국선 변호인을 선임한 게 아니다”라고 취재진에게 소리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는 8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 대한 1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장씨는 이날 방청석을 훑어보더니 다짜고짜 최 판사에게 “오늘 저희 식구가 아닌 분들이 많으신데 기자들인 것 같다”며 “그런데 변호인에 대해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씨는 “보석이 기각돼서 변호인이 줄사퇴하고 선임 비용이 없어서 국선을 선임했다고 기자들이 계속 기사를 쓰는데, 재판장께서 그건 해명해주실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며 “재판장이 좋은 변호인을 추천해주면 재판장과 소통하기 위해서 국선을 원한다고 한 것은 맞다. 그걸 갖다가 변호인 선임 비용이 없어서 그런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장씨는 사선 변호인 대신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강철구 국선 변호인을 선임했다.
이어 그는 “재판장과 소통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국선을 해달라고 했고, 구치소에서 접견해본 바 매우 젊은 분이고 상당히 신뢰가는 분이었다”며 “이 사건이 확대되는 것 자체도 이상하고, 수준있는 로펌이 하는 것도 우스워서 그대로 하려던 것이고 이 사건 재판을 잘해주실 수 있는 변호인을 선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쓰고 싶은대로 쓴다. 나쁜 일이라고 하면 벌떼 같이 달려들어서 쓸 텐데 이제는 팩트대로 써줬으면 좋겠다”며 “내가 변호사한테 골동품을 팔아달라고 했다는 걸 칼럼이라고 버젓이 내고 있는데 자제해달라. 팩트를 안 쓸 때는 법적 대응을 단호하게 한다”고 기자 실명까지 언급했다. 앞서 한 매체는 장씨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는 “장씨가 나에게 ‘귀한 도자기다. 변호사님이 신용이 있으니까 나 대신 처분해달라’고 하면서 도자기를 보내왔다”며 “확인해 보니 가짜 골동품 도자기였다”고 말했다.
장씨와 남편인 고(故) 이철희 전 중앙정보부 차장은 1980년대 ‘사채 큰 손’으로 불렸다. 이들 부부는 자금사정이 긴박한 기업체를 대상으로 어음을 교부받아 할인하는 수법을 사용해 6404억원을 편취했다. 1982년 이후 구속과 석방을 반복해오다 2015년 1월 출소했지만 올해 1월 4번째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보석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검찰 60주년을 맞아 선정한 역대 사건 20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