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위한 귀갓길 40대 소방관 100여명 대형참사 막아

입력 2019-01-09 12:57 수정 2019-01-09 16:01
8일 오후 사복을 한 소방관들이 귀갓길에서 화재현장을 만나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끄고 있다. 인천중부소방서 송현119안전센터 정기영 소방위 제공

8일 밤 인천 동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위해 비번 근무자인 소방관들이 사복차림으로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인천중부소방서 송현119안전센터 소속 정기영소방위(왼쪽부터), 고근식팀장, 정민소방교가 호스를 잡고 불을 끄기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정기영소방위 제공

생후 1개월된 딸을 돌보기 위해 소방관 동료들과 식사를 하다 일찍 귀갓길에 오른 40대 소방관이 대형참사로 번질 위기에서 시민들을 구했다.

인천중부소방서 송현119안전센터 정기영(41) 소방위는 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8일 오후 8시11분쯤 집으로 귀가하던 길에 인천 동구 송현동 열쇠 제작 점포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며 “옥내 소화전을 발견해 불을 끄면서 시민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고, 식사 중이던 고근식 팀장에게 지원을 요청해 참사를 막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소방위는 지난해 12월 5일 태어난 딸을 돌보기 위해 불이 난 현장에서 100m 떨어진 식당에서 식사하다 동료들보다 먼저 일어나 동인천 방향으로 길을 가던 중 화재 현장을 만났다고 전했다.

불이 난 열쇠점포는 50㎡ 규모로 8층 상가건물과 접해 있어 수백명이 화마에 희생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상가건물에는 PC방·노래방·당구장·독서실 등이 밀집해 있었다.

화재 현장 인근 식당에서 고기를 먹고 있던 동료 6명도 정 소방위의 연락을 받고 밥을 먹다 달려와 진화작업에 나섰다.

동료들은 패딩점퍼 사복을 입은 채 불길 바로 앞에서 방수 호스를 손에 쥐고 불길을 잡기 시작했고, 일부는 옆 건물 3∼4층으로 올라가 유리창을 깨고 그 층의 소화전 방수 호스로 열쇠점포를 향해 물을 뿌리며 화재 확산을 막았다.

나머지는 건물 내 PC방·노래방 등을 돌며 신속한 대피를 도왔다.

이어 중부소방서 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서 불은 15분 만인 오후 8시 26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열쇠점포 주인 이모(81·여)씨가 발등에 열상을 입었지만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이 불로 별다른 인명피해가 나지 않은 것은 육아를 위해 귀가하던 정 소방위의 적극적인 행동 덕분이었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