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감내해왔는데…” 심석희, ‘조재범 성폭행’ 폭로 용기낸 이유

입력 2019-01-09 10:25 수정 2019-01-09 10:43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가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에서 선수들을 상습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재판에 증인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상습 성폭력을 고백한 심석희(22) 선수가 한 팬이 보낸 편지 덕에 폭로할 용기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코치는 상습 폭행 혐의 등도 받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심석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의 조은 변호사는 8일 “한 팬이 심 선수가 폭행을 당했음에도 선수 생활을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는 게 너무 큰 힘이 됐다는 편지를 준 적이 있다”며 “자기로 인해서 누가 힘을 낸다는 걸 보고 밝히기로 했다는 얘기를 저는 들었다”고 SBS에 말했다.

이어 “선수 본인에게는 자기가 이렇게 용기를 내서 얘기함으로써 어딘가에 있을 다른 피해자들도 더 용기 내서 앞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상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심석희가 2014년부터 4년 가까이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석희는 성폭력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당했다고 한다. 이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 남짓 앞둔 1월 중순까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석희 측은 조 전 코치가 초등학교 때부터 폭행을 일삼으며 절대복종을 강요했고, 주변에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도 했다고 주장했다.

세종 측은 “심석희 선수는 이러한 피해사실이 밝혀질 경우 견뎌야 할 추가적인 피해와 혹시 모를 가해자의 보복이 너무나 두려웠다”며 “자신만큼 큰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생각해 최근까지도 이 모든 일을 혼자서 감내해왔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또 “하지만 이로 인해 심석희 선수가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너무나 막대하고, 앞으로도 동일·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이 사건을 밝히기로 용기를 낸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코치 측은 성폭력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 전 코치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압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심석희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겪었다며 지난해 9월 조 전 코치를 고소한 바 있다. 조 전 코치는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14일에 열릴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