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구글, 아마존과 동등한 관계에서 AI 협력”

입력 2019-01-09 07:00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의 확대를 자신했다. 구글, 아마존 등에 비해 늦게 AI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강점을 앞세워 협력 관계를 이끌어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리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마트홈이 오랫동안 실패한 건 다 자기만의 프로토콜을 주장해 서로 연동이 안됐기 때문이다”라며 “지금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두지 않는다. 업체들은 어떻게든 협력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17년 처음 공개된 삼성의 AI 플랫폼 빅스비는 당초 기대와 달리 시장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반면 구글, 아마존 등은 AI의 강자로 떠오르며 사실상 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뉴 빅스비’를 내놓고 반전을 노리고 있다. 키워드는 협력이다. 김 사장은 “빅스비는 후발주자라 약하다. 하지만 어느 회사도 모든 분야에 강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회사다. 디바이스에서 AI를 구현하려면 우리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아마존의 AI스피커를 삼성전자 TV와 연동시킨다고 발표했다. 또 2019년 신제품 TV에는 애플 아이튠즈를 탑재하고 애플 에어플레이도 쓸 수 있게 하는 등 협력을 강화했다.

김 사장은 구글, 아마존 등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하이 빅스비,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을 알려줘’라고 하면 이전보다 훨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구글, 아마존 등 정보가 풍부한 업체에서 가져다 쓰도록 협력을 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빅스비를 쓰는 것같지만, 사실은 빅스비는 관문이고 다른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등은 반대급부로 삼성전자 디바이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 등으로 삼성전자 TV나 가전 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김 사장은 “우리 생태계와 파트너의 생태계가 합쳐져 더 큰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대등한 관계에서 앞으로 키워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모든 것의 중심은 AI”라고 강조했다. 8K, 마이크로 LED TV, 로봇 등이 모두 AI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8K를 하려면 2K보다 16배의 정보가 필요하다. 16개의 정보가 의미 있는 화질이 되게 하려면 AI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 하다”면서 “마이크로 LED는 기본적으로 모듈을 합치는 방식인데 이것 역시 AI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으로 로봇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7일 ‘삼성봇’을 공개하며 시장 진출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김 사장은 “올해 몇 개 로봇 제품이 상용화 해서 나갈 것”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고령화하고 있어서 헬스케어, 노인 돌봄 등에 로봇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로봇은 굉장히 많이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해 김 사장은 “삼성전자 50년 역사를 보면 어려움은 항상 있었다”면서 “다른데보다 우리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어려움을 극복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굉장히 빠른 시점에 희망적으로 좋아지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TV사업본부장은 “최근 2년간 TV 라인업을 간소화했다. 지난해 수익은 개선됐지만 성장은 못했다”면서 “올해는 13년 연속 판매 1위 위상에 걸맞은 성장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