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현대차그룹 ICT본부장 “커넥티드카 기반의 오픈 플랫폼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비즈니스 모델 가능할 것”

입력 2019-01-08 20:37
현대차 ICT본부장 서정식 전무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현대차의 커넥티드카 전략인 ‘연결의 초월성(Transcend Connectivity)’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자동차를 하나의 ‘데이터 센터’로 생각해보세요. 운전자의 운행 습관 등이 자동차에 데이터로 쌓이면 ‘운전점수’는 보험료에 영향을 미칩니다. 운전점수가 높으면 중고차 가격도 높아질 수 있겠죠.”

현대자동차그룹 ICT본부장 서정식 전무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커넥티비티(connectivity)’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서 전무는 이날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인 ‘연결의 초월성’에 대해 발표했다. 커넥티드카에서 연결의 초월성이란 자동차 안팎의 다양한 환경에서 다른 자동차나 집, 스마트 기기, 나아가 도시와 하나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이날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2022년 초까지 글로벌 커넥티드카 서비스 가입 고객 1000만명을 확보하고 모든 글로벌 차종에 커넥티드 서비스를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서 전무는 “(커넥티비티를 위해 플랫폼을 개방하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이라며 “주행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는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사례 외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인지하지 못했던 유실도로를 자동차 주행 데이터를 통해 찾아내는 등의 일이 가능하다. 자동차가 수집한 데이터를 중고차 거래 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차계부’는 현재 현대차에서 개발 중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자격 요건을 갖춘 제3자에게 공개하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개방형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 현대차의 지향점이다.

커넥티드카를 기반으로 한 오픈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안드로이드 마켓과 같은 사업도 가능하다. 서 전무는 “계기판 등의 요소들도 모두 전자화되기 때문에 스마트폰 스킨처럼 그 배경을 만들어서 파는 사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 앱 개발사들을 참여시켜 아이폰의 활용 범위를 확장시킨 것과 같은 개념이다. 올해 개발자 컨퍼런스를 진행할 계획도 밝혔다.

서 전무는 오픈 플랫폼과 데이터 개방에 따른 정보 유출 문제를 막기 위해 보안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짚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 대해서는 “개인의 데이터를 공개할지의 여부는 개인의 선택”이라면서도 “페이스북 등 SNS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데이터를 개방하고 편의성을 얻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가 주요 흐름인 만큼 서 전무의 어깨는 무겁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보다 더 ICT 기업같은 회사”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무는 “여기서 ICT는 빠르고 민첩하고 서비스 지향적인 개념”이라며 “일하는 방식적인 측면과 기본 사업 모델 측면에서 기존의 제조업 마인드를 빨리 벗어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