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시즌2’ 국민 손으로 만든다

입력 2019-01-08 18:01

막강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청와대 국민청원이 국민 의견을 반영해 개편된다.

청와대는 8일 ‘국민청원 시즌Ⅱ(투), 국민의 의견을 듣습니다’라는 제목의 전 국민 대상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모든 청원의 공개와 익명 청원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보완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청와대가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은 현재 답변 기준 20만명이 적절한지, 150명 이상의 지지를 얻은 청원만 노출되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적절한지 등이다. 이미 의사 표시를 한 청원에 동의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할지, 실명제 도입이 적절한지 등에 대한 의견도 묻고 있다.
기타 의견 청취를 위한 주관식 답변 문항도 포함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정책은 백악관 시민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해 지난 2017년 8월 17일 선보였다. 이 정책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제안으로 알려졌다.

기존 국민청원은 청원 등록 30일 안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해당 문제와 관련 있는 부처가 직접 답하는 형식으로 운영됐다. 청원 등록은 청와대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 된다.

용이한 소통 통로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여러 부작용도 동반했다. 국민청원의 가장 큰 특징인 ‘사안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인해 무분별한 청원이 쏟아졌다. 실질적으로 행정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안, 유명인을 단순 비방하는 내용, 같은 내용을 다루는 중복 청원 등이 청원 게시판을 장악하며 실제로 필요한 사안들이 알려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청와대에 전지전능의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청원의 순기능이 분명해 청와대는 폐쇄보다 개선 노선을 택했다.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은 지난달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놀이터에 안 좋은 친구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놀이터를 아예 없애는 것이 방법이 될 수는 없다”며 “그 놀이터를 얼마나 건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사이트를 오픈하고 500여 일 동안 47만여 건의 청원이 게재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하루 1000건 가까이 청원이 제기된 셈이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71건의 청원에 답했다. 이를 통해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심신미약자에 대한 감형의무를 폐지하는 ‘김성수법’, 불법촬영물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개정되기도 했다.

또 형사미성년의 나이를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고 주취 감경 및 음주운전에 대한 사법부의 양형 논의를 본격화하는 등 입법부와 사법부의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청와대 국민 청원은 국민과 함께 만들어 온 소통공간으로 국민의 뜻을 담아 더 나은 소통의 장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설문조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오는 18일 정오까지 청와대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진행된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