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택시기사 ‘일한 시간만큼 월급’ 지급 추진… 카풀은 ‘국토부 장관 고시하는 시간’에만 중개 영업 허용키로

입력 2019-01-09 01:18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도로에서 한 시민이 차도까지 나와 택시를 잡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택시-카풀 갈등’의 해법으로 택시기사 처우 개선을 추진한다. 핵심은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소정근로시간 제도의 대상에서 택시 기사를 빼고 사납금 관행을 근절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월급제 시행이다. 이와 함께 택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장치도 마련한다. 브랜드화를 유도해 새로운 차종과 서비스를 도입한다.

카풀 서비스는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는 시간’에만 중개하도록 법을 개정한다. 1년 동안 시범사업을 한 뒤 구체적 운영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방안을 만들어 놓고도 그동안 공식 발표를 미뤄왔다. 청와대와 여당이 택시 업계 반발을 잠재우려고 수차례 국토부의 발표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택시기사들은 세 차례나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벤처기업들의 카풀 서비스 출시는 지연됐다. 한 택시기사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등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카풀 서비스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 임금 등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도 담겼다. 우선 국토부는 소정근로시간 제도의 대상에서 택시기사를 제외할 방침이다.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노사가 합의한 근로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받는 게 소정근로시간 제도다. 택시 업계에서는 12~13시간을 일하더라도 노사 합의에 따라 5시간분의 임금만 지급해왔다. 사납금을 편법으로 거둔 것이다.

국토부는 택시기사의 저임금을 부르는 고질적 병폐로 지목돼온 사납금도 근절키로 했다. 1년에 두 번씩 전수조사해 사납금을 거두는 사업자를 적발하고 처벌할 계획이다. 택시서비스발전재단을 만들어 민관이 공동으로 택시복지재정을 운용할 예정이다.

또 국토부는 택시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브랜드화’ ‘다양한 서비스요금제·차종 도입’ 등을 추진키로 했다. 택시 브랜드를 만들어 이용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쌓아주고 요금 할인 혜택을 줄 생각이다. 학생 통학, 공항 픽업, 어르신 돌봄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7~13인승 심야셔틀 택시 등 새로운 차종의 택시 영업을 허용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미터기를 채택해 택시요금을 사전에 결제하는 서비스도 마련한다.

국토부는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을 풀어나갈 방법도 제시했다. 국토부는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는 시간’에만 업체가 카풀을 중개할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키로 확정했다. 현행 법령의 범위 안에서 출퇴근 카풀 서비스를 1년간 시범사업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이후 카풀 운행비율, 이용 패턴 등을 분석해 구체적으로 허용하는 서비스 범위를 명시한 최종 운영안을 마련한다.

카풀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둔다. 카풀 운전자의 운전자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범죄경력자는 카풀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