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른다섯 번째 생일에 깜짝 방중을 단행했다. 조부 김일성 전 주석, 부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다르게 김 위원장의 생일은 북한에서 명절로 지정되지 않았다. 예년처럼 조용한 생일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어느 때보다 보폭을 넓혀 올해 첫 해외 방문에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TV는 8일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에서 출발하셨다”며 “7일부터 10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부인 리설주 여사,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고위급 인사는 김 위원장의 방중에 동행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 발표를 인용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김 위원장이 7~10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며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평양에서 전용열차로 출발, 같은 날 오후 10시15분쯤 압록강철교를 통과해 중국으로 진입했다. 이날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생일을 하루 앞둔 7일만 해도 북한에서 특별한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새해 달력을 보면 2019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1월 8일을 기념하는 징후가 없다. 관련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4월 15일)을 ‘태양절’로, 김정일 전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을 ‘광명성절’로 지정해 매년 축제를 연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집권 8년째를 맞는 올해까지 생일과 관련한 기념일 지정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 같은 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 사이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지난해 광폭 행보를 잇는 올해 첫 방중으로 집권 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생일을 맞았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시 주석의 조언을 듣고 북·중 동맹을 과시하는 게 방중의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앞두고 시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