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출신이 환경미화원…인도, 높은 경제성장률 속 일자리 한파

입력 2019-01-07 17:20
한 임금노동자가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해 11월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우고 있다.

떠오르는 경제대국 인도가 때 아닌 고용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 청년층의 교육수준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7%가 취업 시장에 밀려 들어오는 대규모 인력을 감당하기에 다소 낮은 수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6년 실시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무리한 화폐 개혁 여파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인도 철도청에서는 수위·경비원·환경미화원 등 단순 노무직 6만3000명을 채용하는 데 1900만명이 몰려 경쟁률이 300대 1을 넘어섰다. 구직자 중에는 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석사학위 보유자까지 있었다. 가족 중 유일한 대졸자인 아닐 구자르(19)는 “지원하는 업종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일자리만 원할 뿐”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인도 청년층이 일자리 절벽에 맞닥뜨린 상황은 각종 수치로도 나타난다. 저명한 노동경제학자 산토쉬 메로트라에 따르면 2011~2016년 사이 인도의 대졸자 실업률은 4.1%에서 8.4%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아짐 프렘지 대학은 인도의 거의 모든 주에서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이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21년이면 인도의 15~34세 청년층 인구는 4억8000명에 이를 전망이 나온다.

더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모자르는 상황에서 인도 청년층의 교육수준은 전 세대 중 가장 높다는 점이다. 라디카 커푸어 인도 국제경제관계학자는 “인도 청년층은 인도에서 정규 교육을 가장 오랫동안 받은 세대”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직업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청년 인구의 증가가 인도 경제에 엄청난 기회가 되려면 이들이 생산적인 일에 종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헤시 비아스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젊은이들에게 가치 있는 일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는 동안 인도는 빠르게 기회를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1972년부터 2015년까지 인도의 고용성장률(왼쪽 그래프)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오른쪽 그래프). 워싱턴포스트 캡처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 속에서도 연평균 경제성장률 약 7%를 기록하는 인도가 고용 대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도의 급증하는 인력 규모를 고려하면 경제성장률이 8%대는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슈토시 다타르 인디아인포라인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는 향후 수년 간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며 “성장률이 8% 미만이 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디 총리가 실시한 대대적인 화폐 개혁이 일자리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16년 11월 탈세를 막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고액권 500루피와 1000루피의 사용을 금지하고 새 화폐로 교체했다. 하지만 교체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탓에 일시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키고 고용 시장에 타격을 입혔다는 시각도 있다.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는 화폐 개혁 후 4개월 간 일자리 300만 개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2017년과 지난해 사이 고용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선거를 앞둔 모디 정권이 2016년 이후 전국 고용통계조사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근본적으로 저임금에 기댄 인도 제조업 산업 구조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