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왕좌를 59년 만에 탈환하기 위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보름여의 짧고 굵은 강행군을 시작한다. 대표팀의 ‘베테랑’ 기성용과 구자철(이상 32세)에겐 마지막일지도 모를 아시안컵이다.
아시안컵만 벌써 세 차례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지난 10년간 대표팀 허리 라인을 든든히 지켰다.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어김없이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감독들도 여럿 스쳐 갔지만 그들의 입지는 굳건했다. 기성용은 특유의 경기 조율 능력으로 대체불가 자원이 됐다. 구자철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앞세워 지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벤투호에서도 마찬가지. 이들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 전 감독의 지휘를 받으며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을 합작했다. 당시 3·4위전에서 일본을 격파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아시안컵에 동행한 김영권(28), 지동원(27)도 당시 올림픽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
‘황금세대’로 불리며 런던 올림픽을 수놓았던 이들은 이제 대표팀 은퇴를 눈앞에 둔 고참이 됐다. 대표팀의 필드 플레이어 중 기성용, 구자철과 어깨를 나란히 할 베테랑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이용(33)뿐.
당면 과제인 아시안컵이 끝나면 벤투호는 최종 목적지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해 본격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금메달 주역들을 비롯해 지난달 벤투 감독이 직접 불러들였던 미드필더 한승규와 장윤호, 김준형 등 신형 엔진들이 기회를 받을 전망이다. 노장(老將)들의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스로도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있다.
기성용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태극마크 반납 가능성을 암시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그를 붙잡았다. 결국 은퇴 시기를 잠시 늦추기로 했다. 기성용은 지난해 9~10월 A매치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오랫동안 은퇴에 대해 직접 언급한 만큼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아시안컵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런던 황금세대’의 마지막 투혼이 발휘될 격전지인 셈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