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재단·단체 “전두환, 용서 구할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라”

입력 2019-01-07 16:39 수정 2019-01-07 16:53
5·18 기념재단·단체가 7일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에 불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5·18기념재단이 형사재판에 불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재단은 7일 민주유공자유족회·민주화운동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 5·18 단체들과 공동 명의로 낸 성명에서 “전두환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라. 재판부는 전두환을 즉각 강제 구인하라”며 이렇게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때 대민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날 두 번째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27일에 이어 두 번째 불출석이다.

5·18 재단·단체들은 성명에서 “전두환이 회고록에 주장한 내용을 재판에서 평가받아야 하지만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지연하고 있다”며 “최근 관할지 이전 신청으로 재판을 지연하려다가 대법원에 의해 기각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은 광주시민 학살만이 아니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을 감옥에 가둬 1980년대를 독재와 암흑으로 만든 점에 대해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두환은 한 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재판부는 출석 자체를 거부하는 전두환을 강제 구인해야 한다.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판기일 공고문이 7일 광주지법 정문 앞에 붙어 있다. 뉴시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은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형사8단독 심리로 열렸다. 피고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기일에 출석해야 한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오는 3월 11일로 연기하면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5·18 재단·단체들은 형사재판 직후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사건의 기소일이 2017년 5월 3일이다. 전씨는 모든 편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구인영장 발부 의사를 밝힌 만큼, 이제 집행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5·18 기념재단 성명서 전문

전두환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라. 재판부는 전두환을 즉각 강제 구인하라.

전두환은 자신이 회고록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 재판을 통해 평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 얼마 전에는 관할지 이전 신청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다 대법원에 의해 기각당한 바 있다.

며칠 전에는 이순자 씨의 망언으로 국민이 경악한 바 있다. 이순자 씨는 자신의 남편인 전두환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을 하여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는 5‧18민주영령과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고 모욕하는 처사이다. 우리는 5월영령과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전두환 부부의 망언을 규탄한다.

전두환은 광주시민을 학살한 것만이 아니라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을 감옥에 가두는 등 1980년대를 독재와 암흑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도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전두환은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이제 한 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재판부 또한 재판 출석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을 강제 구인하여 재판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전두환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5‧18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당사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날까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