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치매, 이번엔 독감…전두환, 5·18 재판 또 불출석

입력 2019-01-07 15:38 수정 2019-01-07 15:41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재판에 또 참석하지 않았다. 사유로는 신경쇠약과 독감을 내세웠다.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 불출석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7일 오후 2시30분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을 열었지만 피고인이 불출석함에 따라 재판을 연기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3월11일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

전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전 전 대통령이) 독감으로 열이 39도까지 올라 외출이 불가능하다. 광주까지 재판을 받으러 올 수 없는 상태”라며 “지난 3일 재판부와 검찰에 유선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재판기일변경 신청서를 우편으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탄흔이 식별된 전일빌딩 5개소 위치. (법안감정서=광주시청 제공)

하지만 2016년 리모델링을 하던 광주의 전일빌딩 10층에서 100여 발의 총알 자국이 발견됐고, 이후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당시 군 기록을 조사해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첫 번째 재판 불출석 당시 사유로 든 알츠하이머병 투병을 두고도 세간의 눈총이 따갑다. 지난해 전 전 대통령의 아내 이순자씨는 “(남편이) 알츠하이머병으로 5년째 투병 중이라 조금 전 일도 기억을 잘 못해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2015년 모교인 대구공교 체육대회에 참석하고 2016년에는 총선 투표장에 정정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신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