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에 찾아온 행운, 벤투의 마음 잡을까

입력 2019-01-07 12:00
뉴시스

나상호가 쓰러졌다. 지난해 12월 팀 훈련에서 슛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을 앞두고 재활에 몰두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결국 그와 동행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상호의 생애 첫 태극마크 대회는 허무하게 마감했다.

자리가 생겼다. 그 자리가 이승우(사진)에게 돌아갔다. 대회 규정상 출전국은 부상 등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하면 첫 경기 시작 6시간 전까지 명단 교체가 가능하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로 나상호의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이하 한국시간) “나상호가 우측 무릎 내측인대 염좌 증상으로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승우가 대체 발탁됐다”고 발표했다.

예비 명단에도 없던 이승우의 대체발탁을 두고 의외라는 시선이 많다. 부상자로 인한 공백은 통상 예비 명단에 있던 선수로 메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예비 명단에 있던 선수의 경우 팀 훈련에 동행해 마지막까지 발을 맞춰 봤다는 장점도 있다. 이진현을 비롯해 벤투호의 교체카드로 꾸준히 활약했던 문선민도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선택은 지난해 10월 A매치 이후 외면했던 이승우였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의 선발 이유로 포지션을 들었다. 나상호와 마찬가지로 측면 날개와 공격형 미드필더 모두 맡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2선에서의 붙박이로 활약하고 있던 남태희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워졌고,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과의 합의에 따라 아시안컵 초반 2경기까지 출전할 수 없다. 벤투 감독이 2선 공격진에 대한 플랜 B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적임자로 떠오른 것이 이승우였다.

벤투 감독은 탈락한 문선민에 대해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좋은 선수다. 공간이 있을 때 효율적인 자원”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공격 상황에서 공간을 내주지 않는 팀을 상대론 적합지 않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아시아 팀들은 아시아무대에서만큼은 맹호로 군림하는 한국을 상대로 공격 대 공격 맞불을 놓길 꺼려한다. 수비 라인을 한껏 내리고 측면 역습상황에서 기회를 엿본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이 문선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였다.

이승우는 이미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수비적으로 나오는 아시아팀들을 꺾어본 적이 있다. 당시 그들의 끈끈한 밀집 수비 속에서도 4골을 넣으며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최근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에서 보인 활약과 더불어 이러한 점이 벤투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우의 이번 대표팀 합류는 남태희와 나상호의 불행이 가져다준 행운이다. 행운은 반드시 아침에 찾아오는 법.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 대회 후에도 A대표팀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싶다면 그간 벤투호에서 보인 활약으로는 부족하다. 자신만의 포지션을 찾고 아시안컵을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드는 일, 이승우의 몫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