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로 대륙 최강자로 떠올랐던 그들의 패배가 이젠 낯설지 않다. 레알은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2018-2019 프리메라리가 18라운드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홈경기에서 0대 2로 완패했다.
레알은 이 패배로 9승 3무 6패를 기록, 승점 30점에 머물렀다. 리그 순위 역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지 않는 5위로 떨어졌다. 최악의 전반기를 보내며 이젠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6패는 지난 시즌 리그 패배(22승 10무 6패)와 같은 숫자다. 선두 바르셀로나와 승점 격차는 10점으로 벌어졌다.
2009-2010 시즌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했던 9년 동안 6패를 당한 적은 2014-2015 시즌과 지난 시즌 단 2번뿐이었다. 이 같은 패배를 아직 리그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당한 것이다. 2008-2009 시즌 10패를 당했던 레알은 이듬해 호날두를 사상 최고액으로 영입했고, 지난 9년간 한 시즌 최다패는 6경기에 불과했다. 홈에서 소시에다드에 일격을 맞은 것 역시 15년 만이다. 시즌 초엔 1975년 이후 최다시간 2위인 481분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기도 했다.
끝 모를 팀의 부진에 팬들 역시 마음이 떠났다. 레알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총 좌석 수는 8만1000여석. 하지만 이날 소시에다드와의 경기를 보러온 관중은 5만3000여명에 불과했다. 전체 리그 경기로 범위를 높여도 호날두가 있을 때와 비교했을 때 평균 관중이 5000명 넘게 줄었다.
시즌마다 50골을 책임졌던 호날두의 부재는 이제 현실이 됐다. 전임 감독 훌렌 로페테기가 이끌던 레알은 14경기 21골이라는 저조한 득점력을 보이며 떠나간 호날두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숙제를 다 해내지 못했다.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13경기 34골로 기록상 나쁘진 않지만, 대부분 한 단계 이상 약팀과의 일정을 소화했으며 정작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터뜨리지 못했다. 결국 10월 말 사령탑을 잡은 후 석 달도 채 안 되어 비판 여론에 몰리게 됐다.
레알이 호날두가 떠난 이후 과도기를 겪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모든 통계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로페테기는 이러한 과도기를 극복해내지 못하고 경질됐다. 이젠 솔라리 차례다. 선수가 부진하다면 전술적 역량으로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솔라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안개 속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묘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