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뺑소니 사고를 내 구속된 배우 손승원(29)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손승원은 음주운전치사를 살인죄로 처벌하고, 음주 수치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윤창호법’ 적용 1호 연예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4일 손승원을 구속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손승원은 특가법상 및 위험운전치상죄(윤창호법),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손승원에 대해 “범죄가 소명됐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사 과정에서 손승원이 동승자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손승원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동승자인 배우 정휘가 운전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하지만 정휘는 “본인이 운전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는 약 20분 뒤 “사실 손승원이 운전했다”고 말했다. 손승원도 음주측정 이후 본인이 운전한 것을 시인했다.
경찰은 “손승원이 운전석 쪽에서 내렸다”는 목격자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장면이 담긴 CCTV영상도 확보했다. 정휘도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후 손승원이 ‘이번에 걸리면 크게 처벌받으니 네가 운전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선·후배 관계여서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손승원은 사고 약 3달 전인 지난해 9월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지난해 11월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손승원은 지난달 26일 오전 4시20분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도산대로를 가로질러 학동사거리 방향으로 좌회전을 시도하던 중 1차로에서 주행 중인 다른 승용차를 추돌했다. 그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중앙선을 넘어 약 150m를 도주했다. 주변에 있던 택시기사 등이 교차로에 정차한 손승원의 차량을 막고 경찰에 신고했다.
검거 당시 손승원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206%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앞선 사고로 면허 취소 상태였던 손승원은 이날 부친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이 같은 사고를 냈다.
손승원과 사고 당일 술을 마시고 차량에 함께 탔던 정휘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됐으나,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정휘는 손승원이 대리기사를 부르겠다고 해 차량 뒷좌석에 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호출에 실패한 손승원이 갑자기 운전석에 승차해 시동을 걸었고, 정휘가 이를 만류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점을 불기소 이유로 들며 “손승원이 공연계 선배이고, 운전을 시작한 지 약 1분 만에 사고가 발생해 (정휘는)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