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사랑으로 조울증을 이겨내다…‘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는 “선수 시절엔 팔 부상과 간염 등 육체적인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하나님께 매달렸다”며 “은퇴를 하자 더 매달릴 이유가 없었고 연금에다 포상, 지도자 생활로 보장될 앞날 등 부족함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졌다”고 했다. 특히 1990년 간암으로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오랫동안 묻어뒀던 분노와 두려움, 상처들이 솟아났다. 그는 “당시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며 “그 시간을 통해 나 본연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죽겠다고 혀를 깨물고 거식증 증세를 보이며 피폐해져 가던 그를, 그 시절 다니던 교회의 권사들이 사랑으로 친딸처럼 돌봤다. 지금은 목사가 된 김양재 집사를 통해 처음 큐티를 접하고, 이후 교회 권사들과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말씀의 빛으로 인도받았다. 인도네시아에 초청받아 쉬러 갔을 때 평생 반려자가 된 남편 이영철 선교사(당시 연합뉴스 외신부 기자)를 만났다. 양 감독은 조울증이 회복되면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찬양의 가사처럼 “가난하고 지친 영혼들을 주님께 인도하겠다”는 기도를 드렸다. 그렇게 서서히 회복될 수 있었다. 특히 마태복음 25장을 읽으며, 그동안 ‘나만 생각하는 삶’을 살았음을 깨달았다.
몽골에서 찾아온 안면 마비…‘땅끝에서’ 찬양으로 다시 만난 하나님
1997년 그는 남편과 오랜 준비 끝에 WEC국제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파송 받아 몽골 땅을 밟았다. 간염을 앓은 뒤 육식을 삼가던 그에게 육식 위주의 몽골 생활은 쉬운 게 아니었다. 그는 “감자, 양배추만 먹고 살아도 되겠지, 하는 각오로 갔다”고 했다. 울란바토르에서 2년간 언어를 공부한 뒤, 북동쪽으로 450㎞ 떨어진 생샨드 마을로 가 선교를 했다.
남편이 성경을 몽골어로 번역하는 동안 그는 현지인들에게 탁구를 가르치며 복음을 전했다. 양 감독은 “15년간 먼저 후원요청을 하지 않고 누군가 도와주면 받는 ‘페이스 미션’ 원칙에 따라 살았다”며 “단 한 번도 선교지에서 차량을 소유해본 적이 없었지만, 제때 하나님이 채워주셨다”고 했다. 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하루는 버스를 타고 가다 차표를 잃어버려 무임승차란 이유로 경찰서에 송치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선교지에서의 삶은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뒤따랐지만, 늘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주변 사람을 통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받았다.
문화적인 차이가 크다 보니 몽골 사람들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안면 마비가 찾아와 밥 먹기조차 어려웠다. 울면서 기도하던 순간 “땅끝에서 주님을 맞으리 주께 드릴 열매 가득 안고”라는 가사의 찬양 ‘땅끝에서’를 떠올렸다. 그 찬양을 부르며 다시 하나님을 만났고 깊은 위로를 받았다. 이때부터 진짜 사역이 시작됐고, 선교지에서 적잖은 열매를 맺었다. 양 감독은 남편의 성경 번역 작업이 끝나고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네이멍구 청소년 탁구팀을 지도하면서 인연을 맺은 두 아이를 함께 데리고 들어와 친딸처럼 키웠다.
국내에서 그는 청소년을 키우는 꿈나무 감독을 맡아 아이들에게 탁구와 더불어 꿈을 키워주고 있다. 지난해엔 하남 탁구 교실, 동탄 양영자 탁구클럽을 오픈했다. “정말 나서는 걸 싫어한다”는 그이지만 간증 요청이 오면, 있는 그대로 전한다는 원칙대로 삶을 고백한다. 그는 “앞으로 이 책을 통해 영혼을 구하는 일이 일어나길 기도한다”며 “한사람이라도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일이 일어나고, 특히 조울증이나 우울증이 있는 분들이 소망을 얻고 하나님께서 이들을 만져주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예수는 어떤 존재냐고 질문했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식상한 답변 같아서 더 좋은 말을 찾고 싶은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며 “예수님은 나의 전부이신 분”이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전광 목사가 담담하게 기록한 양영자 감독의 삶
전 목사는 “양 감독은 누구보다 주는 데 참 은사가 있는 분”이라며 “본인의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공급해주시는 것만으로 살겠다는 그 마음 때문에 하나님이 이렇게 사용하시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이어 “양 감독이 고난 겪고, 스스로 낮아진 이야기, 남에게 베풀고 자신의 것을 내어준 이야기만 있을 뿐,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랑하는 내용이 없다”며 “쉽지 않았던 삶의 길을 신앙으로 극복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읽으며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