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여야만 하는 그리핀의 부담감, 그러나 자신감

입력 2019-01-07 08:00
그리핀 탑 라이너 ‘소드’ 최성원.

어느 팀, 어느 선수, 어느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도 다음 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 ‘원톱’은 그리핀이다. 그만큼 그리핀이 근래 보여준 퍼포먼스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핀은 비공식 연습(스크림)에서의 경기력이 실전에서 고스란히 나오는 몇 안 되는 팀이다. 이 팀은 더 이상 ‘복병’이 아닌‘ 절대강자’로 거론된다.

그리핀은 지난해 대미를 장식한 KeSPA컵에서 모두가 예측한대로 엔딩을 꾸몄다. 드라마였다면 누구도 안 볼, 너무도 뻔한 결말이었다. 여기에서 팬들을 놀라게 한 것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완전무결한 경기력이다. 지난 시즌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올랐던 젠지, 아프리카, 그리고 ‘차기 돌풍’으로 꼽히는 담원 게이밍까지, 모두 그리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리핀은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진행된 2018 KeSPA컵 결승전에서 젠지를 3대 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핀 선수들이 우승 후 무대에 섰다.

지금까지의 그리핀은 어느 포지션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팀이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 전원과 재계약을 맺으며 전력을 유지한 것도 경기력에 한몫했다.

그리핀은 최근 탑 라이너로 뛰고 있는 ‘소드’ 최성원을 주장으로 선임하며 결속을 다졌다. 부주장은 ‘타잔’ 이승용이다. 직전 시즌까지 함께했던 ‘래더’ 신형섭이 플래시 울브즈로 떠나면서 1997년생 최성원은 최고참이 됐다. 주장이자 최고참으로서 책임감이 막중하지만 최성원은 무던히 받아들일 채비를 마쳤다. 그는 “형으로서가 아닌 팀 주장으로서 또 다른 책임감이 느껴진다”면서도 “주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과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핀의 2018년은 환상적이었다. 그리핀은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LCK 무대를 밟은 뒤 준우승을 차지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챌린저스 코리아(2부 리그) 무패 우승의 대기록이 있다. 11전 전승 세트득실 +21로 단 1세트만을 내주는 파괴력을 과시했다. 이는 과거 CJ 엔투스가 챌린저스에서 ‘패왕’으로 군림하던 때보다 좋은 성적이다.

그러나 그리핀은 만족보다 아쉬움이 짙다. kt 롤스터와의 LCK 결승전 역전패를 못내 잊을 수가 없다. 당시의 패배가 도화선이 돼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선발전에서도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최성원은 지난해 행보를 ‘아쉬움’과 ‘경험’으로 표현했다. 그는 “매우 아쉽다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LCK는 그 어느 때보다 쟁쟁한 탑 라이너 경쟁이 예상된다. ‘스멥’ ‘칸’ ‘기인’ ‘너구리’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각 팀의 캐리라인을 맡고 있다. 최성원 역시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는 “지금까지 제 플레이와 존재감이 미약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은 ‘최강 탑 라이너’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경쟁에서 우위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올 봄은 험난할지도 모른다. 스토브리그에서 리빌딩을 감행한 ‘호랑이’들이 한창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훨씬 나은 경기력으로 대회에 임할 것은 자명하다. 최성원은 ‘원맨팀’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최성원은 “기대에 대한 부담은 없다. 우리가 가야할 길을 최선을 다해 나아갈 뿐이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