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손흥민, 쉴 시간은 없다

입력 2019-01-06 14:47
페르난도 요렌테(오른쪽)가 5일(한국시간) 트랜머 로버스와의 FA컵 경기에서 득점을 터뜨린 후 손흥민(왼쪽)과 포옹하고 있다. AP뉴시스

마지막까지 손흥민에게 휴식은 없었다. 토트넘은 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버켄헤드 프레튼 파크에서 열린 트랜머 로버스와의 2018~2019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64강)에서 7대 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손흥민은 요렌테, 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선발 출전해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며 1골 2도움을 기록, 팀의 완승에 힘을 보탰다.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인 ‘박싱데이’의 끝자락에 선 시점이다. 트랜머는 잉글랜드 4부리그 중위권 팀으로 객관적인 전력상 토트넘보다 훨씬 약체다. 그간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주축들에 모처럼 휴식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토비 알더베이럴트 등 힘겨운 박싱데이를 보냈던 선수들은 선발에서 빠졌다. 하지만 손흥민은 달랐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2일 카디프 시티전(3대 0승) 이후 3일 만에 다시 한번 손흥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잠시 동안 팀에서 떠나는 손흥민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계산이다.

손흥민은 9일 첼시와의 리그컵 준결승 1차전,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마친 뒤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 아랍에미리트로 향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컵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16일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직전 벤투호에 가세할 예정이다. 한국이 무사히 결승전까지 안착할 경우, 손흥민은 토트넘이 치르는 향후 네 경기나 빠지게 된다.

토트넘의 득점 루트는 해리 케인과 손흥민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의 이탈은 토트넘으로선 큰 타격이라는 뜻이다. 최근 나선 6경기에서 7골과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손흥민의 발끝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지라 이탈이 더욱 아쉽기만 하다. 혹여 손흥민이 부상이라도 당하면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으로선 크나큰 악재다. 많은 잉글랜드 언론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의 아시안컵 일정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프리미어리그는 오는 14일까지 짧은 휴식기에 돌입했지만, 컵대회 일정이 남아 있다. 토트넘은 경기 사흘 만인 9일 풋볼 리그 컵에서 첼시를 맞상대한다.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상대. 고삐를 늦출 시간이 없다. 포체티노 감독은 또다시 베스트 라인업을 꺼내 들어야 한다. 많은 경기를 소화한 손흥민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이미 많은 경기를 소화한 채로 벤투호에 합류하게 됐다.

만일 벤투호가 아시안컵 조별리그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에 무승부 이하의 성적을 거두거나 패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찾아온다. 중국전에서 무리하게 갓 복귀한 손흥민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체력 안배를 두고 포체티노와 벤투, 두 감독의 고민이 시작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