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3차 추모제가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도 어김없이 단상에 오른 고인의 모친 김미숙씨는 “처참하게 죽은 내 아들의 원한을 갚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아들의 주변에) 언제라도 조금만 실수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살인 병기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며 “매일 삶과 죽음의 곡예를 넘나들면서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용균이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다”면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책임자들이 최대한 강력한 처벌을 받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용균이는 회사에서 인간 취급도 못 받고 아무런 저항도 못 하다가 나라에서 구조적으로 살인 당한 것”이라며 “나라가 책임지지 않고는 다른 용균이가 무수히 반복적으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는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 주도로 열렸다. 시민대책위가 연 제3차 범국민추모제이자, 새해 첫 추모제다.
대책위 측은 “김용균씨가 숨진 후 속절없는 26일이 흐르면서 우리 모두 한 살씩 더 나이를 먹었다”며 “그러나 고인은 25살이 되지 못한 채 아직도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으로 불린다”고 애통해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지만 이 과정에 고인의 동료인 발전소 하청노동자들과 시민대책위의 참여는 계속 배제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반쪽짜리 산업안전법 개정으로는 반복되는 죽음을 멈출 수 없다”면서 “고인의 동료들이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발전소의 노동 환경이 전면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모제에는 유족, 고인의 동료, 민주노총 조합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책임자를 처벌하라” “비정규직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집회는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사랑채까지 이어진 행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4차, 5차 추모제는 각각 오는 12일과 19일에 열릴 예정이다.
고인은 지난달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위험 업무의 외주화’ 방지 대책에 대한 필요성이 제고됐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열고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고 산업재해 발생에 따른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