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동반하지 않은 여성은 개인이나 단체 모두 경기장 입장 불가’
오는 17일(한국시간) 열리는 이탈리아 슈퍼컵(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 경기의 입장 조건이다. 올해 경기가 이탈리아가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에서 열리면서 여성 혼자, 또는 여성끼리 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는 사우디 제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AP, AFP통신 등 외신들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세리에A(정규 리그)가 이탈리아 슈퍼컵 입장권 판매 정보를 공지한 뒤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리에A에 따르면 관중석의 일부 구역은 남성만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여성은 남성 보호자의 동반하에 ‘가족석’에만 입장할 수 있다. 이는 사우디 여성이 외출할 때 남성 보호자를 동행해야 하는 ‘마흐람(Mahram)’ 제도에 따른 조치다. 사우디에서는 축구를 비롯한 야외 스포츠 경기장의 여성 입장이 전면 금지돼 왔지만, 지난해 1월부터 남성 보호자 동행 시만 제한적으로 여성의 경기장 입장이 허용됐다.
이탈리아 슈퍼컵은 매해 지난 시즌 세리에A 우승팀과 코파 이탈리아(FA컵) 우승팀이 승부를 가르는 경기다. 이번에는 지난 시즌 세리에A 우승팀 유벤투스와 코파 이탈리아 챔피언 AC밀란이 맞붙는다. 보통 세리에A 우승팀 홈 경기장에서 열리지만,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지난해 이탈리아 프로축구연맹(FIGC)은 사우디아라비아와 2200만 유로(약 282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페이스북에 “여성이 남성 없이는 경기장에 갈 수 없는 이슬람 국가에서 이탈리아 슈퍼컵이 열린다는 건 슬프고도 역겨운 일”이라며 “나는 AC밀란 경기를 거의 놓치지 않는 팬이지만 이번 경기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의 조르지아 멜로니 당 대표는 “여성을 존중하고 우리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에서 경기가 열려야 한다”며 슈퍼컵 연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가에타노 미치케 세리에A 회장은 “사우디에서 지난해부터 제한적으로나마 축구장에 여성 입장이 허용됐다”며 “이번 경기는 사우디 여성이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첫 국제 경기로 슈퍼컵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고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