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페 쿠티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바르셀로나에 합류한 그의 이적료는 1억 6000만 유로(약 2044억원). 역대 이적료 3위이자 바르셀로나 역대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이지만 최근 보이는 활약은 아쉽기만 하다.
출전시간이 대폭 줄었다. 지난달 바르셀로나가 치른 다섯 경기서 쿠티뉴는 세 차례나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야 했다. 전 시간을 소화한 것은 단 한 경기뿐이다. 쿠티뉴가 출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의 포지션이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쿠티뉴가 바르셀로나에서 보였던 최고 장점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던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이었다. 그간 1선과 2선을 가리지 않고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 지난여름 일본 무대로 적을 옮긴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의 후계자로 중원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 이반 라키티치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와 함께 삼각편대의 일원이 돼 좌측 윙 포워드로 나오기도 했다. 4-4-2의 변형 포메이션 형태인 4-1-2-1-2 대형에서 수아레스와 메시 바로 아래서 공격을 지원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던 것이 현재로선 독이 된 모양새다. 베스트 라인업에서 그만의 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 훈련지각 등 불성실한 태도로 그라운드 외적 문제가 끊이질 않았던 우스만 뎀벨레는 경기력으로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씻었다.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터뜨리며 메시와 수아레스의 공격 부담을 덜고 있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4-3-3 포메이션의 한 축으로 뎀벨레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2선 공격형 미드필더 역시 아르투르 멜루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뛰어난 볼 컨트롤을 바탕으로 공격상황에서 뛰어난 인지 능력을 보이는 멜루에게 제2의 사비라는 극찬이 잇따르고 있다. 이적 후 반년 만에 완벽하게 바르셀로나 리듬에 적응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덧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인 라키티치와 부스케츠의 체력 안배를 위해 프랭키 데 용(아약스)과 아드리안 라비오(파리 생제르맹)의 이적설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바르셀로나의 중원에서 쿠티뉴의 자리를 찾긴 힘들어 보인다.
출전시간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의 도움은 지난해 11월 인터밀란전(1대 1무), 득점은 지난해 10월 레알 마드리드전(5대 1승)이 마지막이다.
쿠티뉴가 이적료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발베르데 감독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전술적으로 조합해야 하는 고민을 안게 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