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공식 출범한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가 31년 만에 사라진다. 연세대 총여는 서울 소재 대학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끝내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연세대는 학생회칙에서 총여 관련 규정을 전부 삭제한 뒤 후속 기구로 총학생회 산하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한다.
4일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 총투표 결과 총여 폐지 찬성 78.92%, 반대 18.24%로 폐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학생 총투표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됐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36시간 동안 참여가 가능했다. 투표는 학번, 휴대전화 등을 통해 본인인증을 거친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표권을 가진 전체 재적생 2만4894명 중 54.88%인 1만3637명이 참여했다.
제30대 총여 ‘프리즘’은 투표 마감을 앞두고 입장문을 통해 “총여 회원들이 논의에서 배제된 학생 총투표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여는 여학생들로 이뤄진 학생회이자 자치기구이기 때문에 구성원에 의해 운영돼야한다. 총투표 요청안에 서명한 회원 비율 공개를 요청했으나 총여폐지위원회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 “총여 폐지 이유와 근거를 논의하자고 요구했으나 강압적으로 처리했다. 총투표 실시 과정에서 총여 재개편에 대한 논의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세대 제29대 총여는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씨 강연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학생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학생 총투표가 실시됐고 폐지가 확정됐다.
현재는 관련 TF팀을 꾸리고 총여 재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차례에 걸쳐 진행된 TF팀 회의 결과 새로운 총여학생회칙안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당시 ‘총여 퇴진 추진단’은 총여를 ‘학생인권위원회(가제)’로 바꾸고 가입 및 운영 대상을 연세대 재학생으로 확장하자고 주장했었다. 지난해 6월 관련 안을 두고 실시된 총투표에서는 재적 학생의 절반이 넘는 55.2%가 투표에 참여해 찬성 82.24%로 재개편안이 가결됐다. 이후 지난달 1일 새 총여 ‘프리즘’이 공식 출범하긴 했으나 또 다시 총여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총여는 1980년대 중반 무렵 여학생 인권 증진 목적으로 출범했다. 연세대 총여 폐지가 확정되면서 서울 내 대학 총여는 모두 없어졌다. 지난해 11월 22일 동국대 총여 폐지 결정 후 9일 만에 연세대가 명맥을 이어가다가 다시 1개월 만에 전멸 상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