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장원준(34), KIA 타이거즈 양현종(31), SK 와이번스 김광현(310), LG 트윈스 차우찬(32),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33),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34) 등등.
모두가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모두가 거액의 돈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계약 내용을 살펴본 결과 너무나 의문점이 많았다. 원소속 구단이 제시한 금액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이적한 선수가 있었다. 20승을 거뒀는데도 5000만원 인상에 그친 예도 있다. FA 계약 때마다 축소 발표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선수도 있었다.
특급 FA 선수나 해외 유턴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들어 국내 FA 선수들의 계약 조건이 발표되면서 구체적인 옵션 내용이 공개된 적이 거의 없었다.
KBO리그에 FA 제도가 도입된 초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FA 제도 첫해인 1999년 말 한화 이글스 송진우(53)는 계약 기간 3년, 최대 7억 원의 FA 잔류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2억5000만원, 매년 연봉 1억3500만원씩이 보장됐다. 여기에다 10승 이상을 올리면 추가로 1500만원씩을 받기로 했다. 옵션 금액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50)의 경우 FA 계약을 맺을 때 플러스 옵션과 마이너스 옵션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슬며시 옵션 조항 공개가 사라졌다. 물론 공개할 의무도 없었다. 선수와 구단은 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활용했다. 축소 발표다. 옵션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몸값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거액 몸값에 대한 여론의 화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선수에겐 옵션은 인센티브 성격이 강했다. 세금 대납, 광고 계약 등으로 연봉을 보전해 줬던 게 관행이었다.
그러면서 FA 계약 발표 금액의 신뢰성은 이미 상실된 상태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36)가 공식적으론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고 하지만, 그 이전 이미 100억원을 돌파했다는 선수가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로 떠돈다.
외국인 계약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구단이 옵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심지어 계약금과 연봉 규모도 분리해 발표하지 않는다. 총액만 존재한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모든 계약에서의 옵션은 야구팬들이 모르는 내부 사항이었다.
KBO는 올해부터 FA와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의 연봉 계약에 포함된 옵션 조항을 보고토록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증빙 서류 붙임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구단과 선수가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이를 숨긴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기에 이제는 모든 계약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바로 서 있지 못하기에 대신 외부 기관에서 검증 절차를 밟는 것을 필수로 해서다. 모든 계약의 투명한 공개는 야구팬들에 대한 기본 예의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가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