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서 이상한 비명이....” 지적장애인 학대한 인면수심 20대 남자

입력 2019-01-05 06:47 수정 2019-01-05 10:27

“옆집에서 이상한 비명이 들려요”

지난해 10월 말 광주북부경찰서 112상황실에는 “옆집에서 젊은 남자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옆 원룸건물에서 밤낮없이 비명이 들립니다. 가끔은 성대가 찢어질듯한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게 수상합니다. 한번 와보세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남녀가 혼숙하는 흔적이 뚜렷한 원룸에서 다소 지적능력이 떨어져 보이는 A(23)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어눌한 말투에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심하게 보던 A씨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다.

A씨의 팔목과 다리 등 신체 곳곳에는 담뱃불로 지진 흔적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여기 왜 와있는 거예요? 집이 어디세요?”

신원확인을 거쳐 어렵사리 가족들의 품에 안긴 A씨에게서는 충격적인 진술이 쏟아져 나왔다.

“말 안 듣는다고 쇠파이프와 옷걸이로 때리고 심심하다고 담뱃불로 지졌어….”

귀를 의심하던 가족들은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A씨가 한 달여간 사실상 감금되고 잔혹한 폭력에 시달리게 된 과정을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A씨가 인면수심의 또래인 정모(22)씨 일당을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하순.

“택배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며 A씨를 자신의 원룸으로 데려간 정씨는 금새 본색을 드러냈다. 툭하면 이유 없이 A씨를 때리고 심심하다는 이유로 담뱃불로 지지는 게 예사였다.

속칭 ‘담배빵’이었다. 정씨는 이따금 붉게 난 상처에 볼펜을 꽂아 후벼 파는 잔혹성을 드러냈다.

심지어 현금이 없던 A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4대 개통한 후 소액결제를 반복하는 수법으로 수백만원을 갈취했다.

한 달여 정씨 일당의 원룸에 사실상 갇힌 A씨는 온갖 학대와 청소와 빨래 등 허드렛일을 강요당하는 등 지옥 같은 삶을 꾸려갈 수밖에 없었다.

상상을 초월한 학대에 고통 받은 A씨는 악마처럼 느껴진 정씨 일당의 보복이 두려워 ‘탈출’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A씨 뿐만이 아니었다. 정씨 등은 비슷한 처지인 B(21)씨에게도 상습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가 불거졌다.

정씨는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고 원룸에 데려온 B씨에게 “여자친구 허벅지를 쳐다봤으니 강제추행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달여간 지적능력이 부족한 피해자 A씨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온 광주북부경찰서는 5일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상해를 가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특수상해·공갈)로 정씨를 구속하고 염모(20)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학교 선후배 사이인 정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10월 말까지 광주 북구 모 원룸 등지에서 A씨와 B씨를 마구 때려 온몸에 상처를 입히고 휴대전화 개통을 강요한 뒤 되파는 방법 등으로 480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은 정씨 등이 반강제적으로 감금해온 A씨와 B씨로부터 빼앗은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건강심리연구소에 의뢰해 피해자 A씨의 사회적응 지수를 검사한 결과 초등학생 5~6학년인 12세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속적인 학대로 정신적 공황에 빠져 도망칠 생각을 못한 것 같다”며 “이들의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