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디즈니 제국, 세계 경기 침체에도 승승장구

입력 2019-01-05 06:00 수정 2019-01-05 06:02
흔히 '디즈니'로 불리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집단이다. AP뉴시스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지만 ‘디즈니 제국’은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다. 흔히 ‘디즈니’로 불리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기준으로 매출이 594억3400만달러로 달러(약 66조3650억원)에 영업이익 157억600만 달러(약 17조654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7년 매출 551억3700만 달러에 영업이익 147억7500만 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매출은 8%, 영업이익 6% 증가했다. 게다가 미국 언론은 한결같이 디즈니가 2019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즈니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집단이다. 1923년 월트 디즈니와 그의 형 로이 디즈니에 의해 설립된 디즈니는 처음엔 미키마우스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였지만 점점 인수합병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크게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네트웍스, 파크&리조트, 컨슈머 프로덕트&인터랙티브 미디어의 4개 부문으로 나뉜다.
디즈니의 2006~2018년 순익의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단위는 10억 달러). 디즈니 통계자료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부문에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 픽사, 루카스 필름, 터치스톤 등 영화·애니메이션·음악·뮤지컬 사업 관련 회사가 망라돼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디즈니의 15%와 17%를 각각 기록했다. 미디어 네트웍스 부문에는 미국의 3대 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ABC와 스포츠 전문채널 ESPN, 디즈니 전문채널, 하이페리온 출판사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디즈니의 42%와 44%로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파크&리조트는 북미, 유럽, 아시아에 있는 12개의 테마파크와 55개의 리조트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디즈니의 34%와 28%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컨슈머 프로덕트&인터랙티브 미디어는 디즈니의 캐릭터, 라이센스, 게임 등을 담당하는 부문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디즈니의 9%와 11%를 기록했다.

디즈니의 2018년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한 것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와 18% 증가한 파크&리조트 부문이다. 디즈니의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미디어 네트웍스 부문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컨슈머 프로덕트&인터랙티브 미디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디즈니는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지난해 ‘블랙 팬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인크레더블2’ ‘앤트맨과 오스프’ 등 초대형 히트작들을 선보인 덕분에 역대 2위의 흥행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디즈니는 지난해 73억2500만 달러(약 8조2464억원)를 기록, 2016년의 역대 최고치인 76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금까지 연간 기준으로 7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실적을 올린 영화사는 디즈니가 유일하다.
2018년도 디즈니의 4개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여주는 그래프. 디즈니 통계자료

파크&리조트 부문도 영업이익이 45억 달러로 전년보다 대폭 증가했는데, 지난해 2월과 10월에 티켓 가격을 2번이나 올린 영향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연간회원권 가운데 연간 4개의 테마파크를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래티늄 플래스’는 2월 779달러에서 849달러, 10월 849달러에서 894달러로 인상됐다. 연간 15% 증가한 셈이다. 게다가 여름과 겨울 휴가 시즌의 입장권 가격을 평소의 2배로 올렸다.

잡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해 디즈니 파크&리조트의 영업이익은 2013년의 2배나 된다. “부모가 아이들을 디즈니랜드에 주로 데려오는 성수기인 여름과 겨울 휴가 시즌에 가격을 인상한 것도 수입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디즈니는 거의 매년 가격을 인상했는데, 이제는 중산층 가정에게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영화 '블랙팬서'. 2018년 디즈니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부문이다.

한편 디즈니의 성장세는 2019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와 파크&리조트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주먹왕 랄프2’ 등 지난해 연말에 개봉한 영화들이 올들어서도 쾌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이미 전 세계에서 1억8000만 달러(약 2026억원)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고 지금도 상영 중이어서 갈수록 흥행 실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올해 영화 ‘캡틴 마블’ ‘어벤져스:엔드게임’ ‘스타워즈:에피소드 IX’, 애니메이션 ‘덤보’ ‘토이스토리4’와 ‘알라딘’ ‘라이온킹’의 새로운 버전도 개봉할 예정이다.

파크&리조트 부문에서는 올해 잇따라 들어서는 새로운 어트랙션(놀이기구)들이 관객을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디즈니랜드에 ‘앤트맨과 와스프: 나노배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 ‘스타워즈: 갤럭시스 엣지’ 등 전세계 디즈니랜드에서 19개의 놀이 및 체험기구가 새롭게 설치될 예정이다. 특히 영화 ‘스타워즈’를 모티브로 한 ‘스타워즈: 갤럭시스 엣지’ 안에 만들어진 주점에서는 술을 판매할 예정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대주주인 월트 디즈니 가문의 엄격한 주류 금지정책 때문에 그동안 알코올 취급을 금기시 했었다.

2019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 문을 여는 어트랙션 ‘스타워즈: 갤럭시스 엣지’. 디즈니 파크 블로그

지난해 디즈니의 4개 부문 가운데 다소 부진했던 미디어&네트웍스 부문은 올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넷플릭스가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시장에 디즈니가 도전장을 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2017년부터 넷플릭스에 대한 콘첸츠 공급을 중단한 뒤 지분을 인수한 훌루(Hulu)를 토대로 자체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구축해 왔다. 전세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IP(지적 재산권)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에서 디즈니가 워낙 압도적인 만큼 OTT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