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칭한 데 대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오사모)’와 ‘옛 전남도청 지킴이 어머니들’ 10여명은 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를 향해 “(5·18의) 고귀한 정신과 가치를 폄훼하고 훼손(하는 행위)를 멈출 것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오사모 등은 “(이씨가) 민주화의 아버지는 자신의 남편 전두환이라는 궤변과 망언으로 국민의 분노와 지탄을 한몸에 받고 있다”며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이씨의 망언을 규탄하고 분노와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이들은 “권력욕에 눈이 멀어 선량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빨갱이와 폭도로 몰아 천인공노할 학살만행을 저지른 학살자”라며 “국민과 역사의 이름으로 준엄한 심판을 받은 범죄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씨를 향해서는 “전두환씨가 ‘민주화의 아버지’라니 당신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며 “천벌이 두렵지도 않다는 말이냐”고 했다.
지난 1일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단임제를 시행했다”며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민주화를 표방하는 5·18 단체들은 자신들과 다른 입장,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한 스스로 민주화의 정신을 훼손하게 된다”고도 했다.
오사모 등은 이날부터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재판 출석을 요구하는 텐트 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 전 대통령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오는 7일 예정된 두 번째 재판을 앞두고 “피고인이 신경쇠약으로 법정에 출석하기 어렵다”며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